티스토리 뷰

엘지카드 공개매수가격과 인수물량 비율이 거의 윤곽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엘지카드를 현재 주가에서 사서 공개매수에 응한다면 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예금금리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매수가격대는 얼마일까? 그리고 공개매수 과정에서 뜻밖의 변수는 없을까?

엘지카드 공개매수를 이용한 무위험 차익거래에 대한 정답은 아쉽게도 복수로 나온다. 통상적인 공개매수와는 달리 예상 시나리오가 두가지이고 고려해야할 요소가 많아 방정식이 간단치 않기때문이다. 또 우선협상대상자인 신한지주쪽에서 밝힌 인수가격과 지분율 그리고 로드맵이 앞으로 오차범위를 크게 벗어나지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먼저 인수를 위한 공개매수가격은 68,410원으로 밝혀졌으며 매수비율은 78.6%(신한지주 보유 7.1% 제외)이다. 투자자가 장내에서 엘지카드 100주를 산뒤 공개매수를 해달라고 요청하면 신한지주는 78주나 79주만 사준다는 얘기다. 나머지 22~23주는 인수합병 프리미엄이 사라진 뒤 시장에서 팔아야하는 곤혹스런 문제가 발생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제거된 엘지카드 적정주가에 대한 추정으로 고심하던 차에 마침 신한지주는 그 나머지 주식들마저 사주겠다고 한다. 신한금융은 지주회사 체제이므로 인수한 자회사를 상장폐지하려는 것이다. 2차 공개매수인 셈인데 사주는 가격은 1차때보다 훨씬 낮은 45,000원대로 알려졌다. 경쟁입찰때는 인수를 위해 최대한 높은 가격을 써냈지만, 이젠 처지가 바뀌어 " 우리가 상장을 폐지하면 여러분은 주식을 팔 데도 없으니 이 가격대에 순순히 내놔라" 는 식이다. 물론 45,000원이 프리미엄이 붙기 전 엘지카드의 거래가격이나 순자산가치에 비해 헐값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공개매수 평균단가는 60,712~63,400원

어쨌든 우리는 여기서 엘지카드 공개매수가격의 주당 가중평균가격을 구할 수 있다.

68,410원x0.786+45,000원x0.214=63,400원

그렇다면 엘지카드를 주식시장에서 63,400원 아래서만 사면 손해를 보지않는가? 물론 그렇지않다. 엘지카드 인수를 위한 절차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며 신한지주쪽의 실사과정을 거친뒤 공개매수가 이뤄지는 시점은 내년초로 예상하고 있다. 공개매수기간 종료뒤 투자자의 계좌에 실제 결제대금이 들어오려면 내년 2월은 돼야 할 것으로 보고있다. 앞으로 약 6개월에 대한 기회비용을 감안해야하는 것이다.




더구나 2차 공개매수 시기는 훨씬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신한이 엘지카드를 공식인수한 뒤 2년간은 상장을 유지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기때문이다. 물론 상장요건인 소액주주 지분율 10% 유지가 여의치않을 경우 조기에 2차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갈 수도 있다.

1,2차 공개매수기간까지 자기자본비용을 고려한다면 수신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려야한다. 단기 금융상품중에서 인기가 높은 CMA나 은행권에서 이율이 가장 높다는 1년짜리 특판예금의 세후 수익률보다 높도록 연 5% 수익을 기준삼아 1,2차 공개매수 시차인 6개월(2.5%)과 2년(10%)을 각각 현재가치로 할인해 목표 매수가격을 계산해보면 61,200원이 나온다.

여기에 증권사에서 주식을 살때 나가는 거래 수수료(사이버 0.15% 가정)와 공개매수 결제때 차감되는 장외 거래세(0.5%)등 총 매매비용을 뺀 순수익률 5%로 계산하면 60,800원이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고 했다. 신한지주가 엘지카드를 실사한 뒤 공개매수가격을 5% 범위내에서 낮출 수 있다는 옵션을 걸어놨기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1차 공개매수가격이 64,990원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를 앞 사례와 똑같이 역산 과정을 거쳐 계산하면 순수익률 5% 달성이 가능한 마지노 매수가격은 58,200원이다.

공개매수 경우의 수와 차익거래 구간

공개매수가격 2차 공개매수가격 가중평균단가 연 5%(세후)수익목표 매입가격
68,410 45,000 63,400 60,800
64,990(5% 할인) 45,000 60,712 58,200

기회비용 포함 매수가능 가격은 58,200~60,800원

결국 두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본 엘지카드의 공개매수 평균가격은 60,700~63,400원 범위로 예상되며 연환산 수익률 5%를 목표로 차익거래가 가능한 적정 매수가격대는 58,200~60,800원으로 나온다. 하지만 채권단 특히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엘지카드 인수가격을 옵션 하단인 5%까지 깎아줄만큼 호락호락할 리가 없다. 엘지카드 실사과정에서 숨겨진(?) 부실이나 의외의 결정적 흠이 발견되지않는 한 어렵다고 봐야한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상거래 흥정의 미덕(?)상 인수가격 할인범위 5%의 딱 절반인 2.5%로 깎아준다고 가정하면 1차 공개매수가는 66,700원, 가중평균단가는 62,056원, 5% 수익 매수가격은 59,500원이다. 당연하지만 위 가격 구간의 중간이다. 그럼 엘지카드의 현재가는 얼마인가? 지난 금요일(8월25일) 종가를 보니 우연의 일치인지 59,500원이다. 세후 5% 차익이 가능한 범위의 중간값과 딱 맞아 떨어진 것이다. 필자도 계산을 하며 글을 쓰다가 시세를 확인해본 지금 이 순간 놀랐다. 시장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컨센서스를 향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새삼 느꼈다. 그래서 이 글을 쓴 원래 의도인 "지금 가격대에서 사면 차익거래 가능한가" 를 " 지금 왜 이 가격대인가" 로 주제를 바꿔야 할 당혹스런 처지에 놓여버렸다.

그래도 결론을 이야기한다면 지금 가격대에서 사도 금리수준 이상의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는 것이며 보수적 투자자라면 58,000원대로 내려오길 기다려 매수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인수가격과 공개매수 조건이 베일을 벗은 지난 주초부터 엘지카드 주가는 59,000원대에서 횡보를 거듭해왔다. 공개매수 대상이 된 종목의 주가가 대부분 그렇듯이 그래프가 아스팔트에 쫙 달라붙은 껌처럼 움직이는 붙박이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움직이라는 보장은 없다. 공개매수시점이 아직 많이 남아있고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들이 발생한다면 주가는 다시 요동을 칠 것이다.

2차 공개매수와 알박기 변수

최근 일부 언론보도로 불거진 엘지카드 공개매수와 관련한 양도세 변수는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별도로 분리해 다음 글로 넘긴다. 결론만 말하면 "신경 안써도 된다" 이다.

1차 공개매수가 종료된 뒤 주가의 움직임이 여전히 중요한 변수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빠지지만 동시에 2차 공개매수라는 버팀목이 병존하는 국면이다.

당연히 엘지카드의 실적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무려 46%로 12월 결산 상장회사중 1위를 차지했고 연체율이 12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자산건전성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어 엘지카드의 향후 적정가치는 2차 공개매수가격인 4만5천원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템플턴 등 외국계 투자자들이 헐값(?)인 2차 공개매수에 순순히 응할지 의문이다. 여기에 편승해 개인투자자들도 버티면서 '알박기'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신한지주 입장에선 자회사인 엘지카드의 실적이 급속히 호전되는 게 되레 불안한 패러독스 상황이 올수도 있는 것이다.

외국인은 현재 가격대에서 순매수와 순매도가 매일 엇갈리고 있지만 어느 순간 한방향으로 모아질 지 주의깊게 동향을 지켜볼 만하다. 2차 공개매수가 실패하고 매수가격을 대폭 높인 3차 공개매수가 이뤄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한미은행을 인수한 씨티그룹은 적당한 프리미엄을 얹어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에 성공했다. 반면 옥션을 인수한 이베이는 7만원에 공개매수를 시도했지만 알박기에 걸려 넘어지고 1년뒤쯤 2차 공개매수에 나서 가격을 무려 80% 가까이 올린 12만5천원을 주고서야 간신히 옥션을 상장폐지 시킬 수 있었다. 엘지카드는 한미은행의 길을 갈 것인가? 옥션의 길을 갈 것인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