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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의 시도가 인상적이다.

외부컨설팅을 받았을것으로 생각되고, 실질적인 직무중심 인사관리체계를 도입하는 것이라
생각되는데... HR분야에 좋은 사례가 될수 있을 것같다.

조직 내부의 경쟁을 촉진하는 방법이 될수 도 있으나,

실제 가고싶은 부서와 가기 싫은 부서 그리고 좋은 직무와 나쁜 직무를 나누게 되는
결과가 생기는 단점이 생기게 마련이다.

안정적으로 정착되지 않으면, 시도 자체가 무의미 해지는 조직의 피곤도를 높이는 결과가 되고, 최악의 경우에는 구조조정을 위한 방안으로 활용할 여지도 보인다.

기존 조직에서도 일부 사용하지만, 대부분 수동적 입장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적극적인 접근은 다양하게 연구해볼 가치가 있어 보인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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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인력시장 “절 데려가세요”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7-07-16 03:03 | 최종수정 2007-07-16 05:58 기사원문보기

현대카드·캐피탈 국내외 첫 시도 한 부서 2년 이상 근무땐 옮기려는 부서 지원 가능 개인 잠재능력 발휘 효과 스스로가 상품성 높여야

상황1. 영업부 김 대리는 사내(社內) 인력 시장에 자신을 ‘매물(賣物)’로 내놨다. “마케팅이나 광고·홍보 업무를 해보고 싶습니다.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김 대리의 치밀한 기획력을 아는 마케팅 본부장과 홍보실장이 ‘김 대리를 데려오겠다’고 나섰다. 김 대리는 고민 끝에 마케팅팀을 택했다. 그는 신용카드 마케팅을 담당할 예정이다.

상황2. 홍보팀은 사내 인력 시장에 ‘해외홍보 인재 구함’ 공고를 냈다. “영어와 중국어에 능한 사람을 원합니다.” 곧바로 4명의 직원이 지원, 경합 끝에 인력개발팀 이 대리가 낙점됐다. 이 대리는 “지난 3년간 중국어와 영어 학원을 다니며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캐피탈에서 실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다. 이 회사는 16일부터 팀장급 미만 전 사원을 대상으로 ‘커리어마켓(Career Market)’이라는 인력 시장을 도입하기로 했다. 프로야구 선수 시장과 유사한 이 시스템은 철저히 시장 원리에 입각한 인사 제도라는 점에서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최초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선례 없는 시도=현대카드·캐피탈이 온라인상에 구축한 커리어마켓은 ‘오픈커리어 존(Open Career Zone)’과 ‘잡포스팅 존(Job Posting Zone)’으로 나뉜다. 오픈커리어 존은 다른 부서로 옮기고 싶은 직원들이 자신을 등록하고 ‘마케팅’하는 공간이다. 각 부서장들은 이곳을 들여다보며 필요한 인재가 있는지 살펴본다.

반대로 잡포스팅 존은 각 부서가 ‘이런 인재가 필요하다’고 공모(公募)하는 곳이다. 한 부서에 2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선(先)전출, 후(後)충원’의 원칙이 적용돼, 옮기겠다고 손든 직원은 부서장이 막을 수 없다. 손장익 경영지원실장은 “그러나 지원자가 아무리 많아도 수준 미달이면 뽑지 않고 회사 밖에서 영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프로스포츠의 FA(자유계약) 선수들이 소속팀을 찾아가는 방식과 비슷하다. 한국 프로야구의 경우 한 팀에서 9년 이상 뛴 선수들은 자신의 희망에 따라 자유계약시장에 나와 옮겨갈 구단을 자유롭게 찾을 수 있다.

사내 공모는 외국 기업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카드·캐피탈처럼 직원이 자신을 매물로 내놓는 제도는 알려진 게 없다. 최성원 인사기획팀장은 “아무리 찾아봐도 참고할 선례(先例)가 없었다. 우리가 세계 최초일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손’의 신념=현대카드·캐피탈은 ‘시장(市場)’의 효율성을 인사에 도입한다는 목표 아래 이 같은 ‘인사 혁명’에 나섰다. 정태영 사장은 “경영진과 인사담당부서가 사람을 배치하는 ‘중앙집권적’ 인사 방식으로는 직원 개개인의 잠재력을 계발하고 발휘하게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훌륭한 ‘계획경제’도 ‘시장경제’를 따라갈 수는 없다는 얘기다.



커리어마켓은 회사가 인력 계발·수급·배치 등의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신념에 기초한다. 인력 선발이 공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말 많고 탈 많던’ 인사에 대한 불신도 사라질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한다.

인사부서의 역할은 크게 줄어들게 되지만, 대신 인사평가 부담은 늘어나게 됐다. 시장에 상품(인력)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공급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 상품성을 높여야=비슷한 시도는 몇 곳 있었다. 지난해 증권선물거래소는 전 직원의 50%를 자기 희망에 따라 전환 배치했으나, 1회에 그쳤다. 실(失)이 적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재보험회사 코리안리는 1998년부터 5년마다 무조건 다른 부서로 옮겨가는 순환 보직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인사부서가 개인의 희망과 경력, 부서장 의견 등을 고려해 ‘위에서’ 발령을 내는 방식이어서 인사부서가 개입하지 않는 커리어마켓과 다르다.

현대카드·캐피탈의 ‘시장주의적 인사 실험’이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직장인들이 ‘회사가 알아서 해주는’ 인사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현대카드 사원 이모(31)씨는 “끊임없이 자기 상품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피곤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외국어학원 등록이나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각 부서장들도 고민이다. 다른 부서로 가려는 직원을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 인기 부서에 사람이 몰리고, 비인기 부서에는 사람이 빠지는 양극화 현상이나 이 부서 저 부서 돌아다니다 결국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낙오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손장익 실장은 “(부작용은) 시장원리에 적응하는 과정을 통해 금세 해소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정철환 기자 ploma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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