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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모 일간지를 장식한 기사는 대학의 공학 교육 내용이 산업 현장의 요구와 크게 동떨어져 ‘이공계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모대학의 공학교육혁신센터의 조사 결과 삼성전자, LG전자, 두산중공업, 현대오일뱅크, 넥슨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비롯한 100여 개 기관의 인사담당자 등 350명은 공대 졸업생들에 대해 14개 평가 항목 중 13개에서 ‘낙제’ 점수를 줬다는 것이다.

조사에 임한 인사담당자들은 대학의 공학 교육에서 가장 부족한 것으로 ‘소통능력’, ‘조직적응력’,  ‘현장적용력’ 등을 손꼽았으며 특히 현장 중심 공학 교육의 필수 항목인 현장적용력 부분은 기업들의 기준은 87.6점(100점 만점)인 반면 기업들의 졸업생에 대한 평가는 76점으로 11.6점 차가 났다.

대학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주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대학이 공학교육인증 제도를 도입하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아직도 기업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가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는 대학은 기초 학문을 연구하고 이를 통한 인력양성을 담당하는 곳이라는 고전적인 기능에 대한 애착과 현대 산업에서 필요로하는 실용주의적 요구가 만들어 내는 괴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IT 인력 수요변화에 대해 공급기관인 교육기관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지만 대학을 불신하고 대학의 변화 노력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못하는 기업에도 책임이 있다. 이렇게 대학의 교육내용과 산업체의 요구 사이에 괴리가 크다 보니, 대학들이 매년 많은 IT 인력을 배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직난과 구인난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연구원은 IT 인력의 수요변화에 공급기관인 교육기관의 대응이 미흡해 IT인력수급의 질적 불일치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숙련된 IT전문인력은 부족하고, 산업체 수요를 만족 시키지 못하는 인력은 남아 ‘구직난 속에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IT기업 관계자들도 매년 대학이 배출하는 인력은 많지만, 이들의 수준이 산업계의 수요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질적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구직난고 인력난이 상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중소 IT 기업 관계자는 “신입사원을 모집하면 선발인원의 10배 가량이 지원하지만 실무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 이라며 “현실적으로 신입사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시키기 어려운 중소기업 입장에서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중소 기업은 당장 쓸만한 인재를 찾기 어렵고, 그렇다고 인재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여건도 쉽지 않기 때문에 정부, 대학, 그리고 기업이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IT기업 중 38%가 IT 전문인력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이들 기업의 65%가 구인난의 이유로 숙련도와 실무경험을 갖춘 인재부족을 꼽았다.


정보통신부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위한 수단중의 하나로 IT 멘토링 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현업에서 활동하는 선배 IT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사이버공간상에서 직접 프로젝트를 올리고 학생들은 과제 해결을 위한 팀을 구성하여 멘토와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의 내용부터 학생지도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산업체 위주의 실무강화 훈련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들은 산업체의 인사를 해당 기술 분야의 멘토로 모시고 실무능력향상과 더불어 기업문화를 접하고 졸업후 필요한 기술을 훈련하는 기회를 접할 수 있게 된다. IT 멘토링 제도는 기업에게 졸업생들에 대한 실무 능력 부족의 불만을 대학에게만 전가시키지 않고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줄 수 있다. 멘토링이 통하여 완성된 프로젝트 작품은 전시회를 통하여 전시되고 학생들은 이러한 업체에 취업될 수 있는 기회를 받게 된다. 


IT멘토링 제도는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멘토들은 “학생들이 실제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기술응용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학생들의 노력과 이를 통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또 멘티(학생)들은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면서 실무와 같은 실습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가치를 한층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IT멘토링 제도에는 600여명의 멘토가 참여, 771건의 산학협업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세계속의 IT 강국으로 우뚝서게 하고 선진국의 대열로 이끌고 있는 것은 우리의 인재다. 인재없는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으며 기술수명이 짧고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IT 분야에서는 더욱 인재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향후 우리나라를 이끌 신성장 동력산업과 유비쿼터스로 대표되는 IT융합 시대에도 이 같은 인재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경우 우리 IT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앞으로 국가의 경쟁력은 창의력과 기술력이 뛰어난 인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는 만큼 늦기 전에 IT분야의 전반적인 인재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대대적인 노력이 절실하며 이를 위한 정부와 대학 산업체의 진솔하고도 구체적인 문제 의식의 공유와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서로의 책임만을 추궁하며 평행선을 달려온 기업과 대학이 시너지 창출을 위한 목표로 수렴할 수 있는 계기와 힘을 IT 멘토링 제도가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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