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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교인 안 받습니다, 다른 교회 가세요”
[오마이뉴스] 2007년 02월 08일(목) 오전 08:49  가| 이메일| 프린트
[오마이뉴스 김종희 기자]
▲ 이문식·이동원·박은조 목사(왼쪽부터)의 '기존 교인 등록 거절' 선언이 한국 교회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것인가 자못 궁금하다.
ⓒ2007 뉴스앤조이

지난 1월말 일간지 <국민일보>에 작은 광고가 하나 실렸다. 서울 소년원에 있는 고봉소망교회에서 30년 가까이 목회하고 있는 김원균 목사가 낸 광고이다. '참! 잘하셨습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다. 누가 뭘 참 잘하셨다는 것일까?
광고에 나온 '참 잘하신 분'은 박은조 목사(분당샘물교회), 이문식 목사(남서울산본교회),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이 광고는 "세 분 목사님께서 타 교회에서 옮겨오는 교인의 등록을 거부키로 하신 결정을 우리 주님께서 기뻐하실 줄 믿습니다"라고 간단하게 나와있다.

그러니까 이 광고는 다른 교회에서 오는 신자들을 받지 않겠다는 세 목사들을 칭찬하는 내용이다. 얼마나 마음이 흐뭇했으면 자기 돈을 들여서 이런 의견 광고를 냈을까
"전입 교인 냉대하고 교회 개척 지원해 빚 좀 갚읍시다"
위의 세 교회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지구촌교회는 2만 명에 육박하는 대형교회. 이동원 목사는 2007년을 맞아서 교회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목회 칼럼을 쓰고 설교도 했다.

"밝아온 2007년은 교회 방향을 첫째, 전도하는 교회로 정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기존 타 교회 교인들의 등록을 최대한 억제시키고 정말 불신자 전도하는 교회로 서고자 합니다. 그래서 요즈음 열심히 '타 교회 전입 교인 냉대 작전'을 구사 중입니다. 대신 우리 근처 좋은 다른 교회로 가시도록, 되도록이면 작은 교회에 가서 잘 섬기시도록 안내하고자 합니다.

둘째는 개척하는 교회가 되고자 합니다. 지구촌교회는 단기간에 메가교회가 되었지만, 역사는 13년에 불과합니다. 그동안 네다섯 번의 이사를 다니느라 바깥을 향해 시선을 돌리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는 좀 빚을 갚고자 앞으로 수년 동안 할 수 있는 데까지 열심히 개척 지원을 하고자 합니다."
이동원 목사 말대로 1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2만명 규모로 교회가 커지면서 분당과 수지에 있는 두 곳의 예배당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교회의 새 신자 중에서는 전도를 통해 개신교를 받아들인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설교와 질 좋은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교인들이 '수평 이동'한 것. 새로 오는 교인의 70%가 수평 이동이다.

이 목사는 개인 전도와 교회 개척을 통해 한국교회 침체기를 극복하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전도의 배수진', 형제 데려와도 안 봐줍니다"
분당샘물교회 박은조 목사도 연초 교회 홈페이지에 "새해부터는 기존 성도의 등록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이를 '배수진'이라고 표현했다. "영혼 구원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서 치는 배수진"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회의 신자가 등록하려면 다음과 같은 까다로운 조건에 해당돼야 한다.

▲ 배우자가 불신자인데 전도받고 샘물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기로 하는 경우 이미 믿음을 가진 배우자라도 등록 가능
▲ 이전에 교회를 다니던 세례교인이 새롭게 교회에 오는 경우, 목자(혹은 새가족부 교사)의 서명과 평원지기의 확인 후 등록 가능
▲ 이전에 세례를 받았으나 사실상은 믿음이 없다가 다시 전도받고 등록을 원할 경우 목자(혹은 새가족부 교사)와 초원지기의 서명과 평원지기의 확인을 받은 후 등록 가능
▲ 가정 교회를 하는 교회를 다니다가 이 지역으로 이사온 경우 다른 교회로 가도록 권면하되 본인이 꼭 원하면 등록 가능
가족끼리 한 교회를 다니는 경우는 어떨까? 이 교회는 "직계가족은 기존 교인이라도 등록이 가능하지만 형제의 경우는 안 된다"는 규정을 정했다. 이 때문에 교회를 제대로 안 다니는 동생을 간신히 설득해서 교회에 데리고 온 교인이 있는데 "동생을 받아달라"고 읍소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지난 한 달 이 교회에서는 '배수진'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새로 이 교회를 다니는 신자 중에 초신자가 20%도 안 됐는데, '기존 교인 출입 엄금' 결정 이후 4주간에 20명의 새신자가 전도되어 등록한 것.

박 목사는 "아직 본격적으로 전도를 시작한 것도 아닌데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보니 교회내 소그룹들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긍정적 신호로 보고 있다"고 해석했다.

"전도없는 '양도둑질'은 이제 그만"
▲ 1월말 <국민일보>에 실린 작은 광고에서 소형교회 목사의 심정을 읽을 수 있다.
ⓒ2007 김종희
이미 1년 전인 작년부터 기존 교인은 등록하지 못하도록 정한 남서울산본교회 이문식 목사는 기존신자 교회 출입금지의 '원조'격이다.

이문식 목사는 "우리 교회처럼 중형교회가 이런 것을 얘기한다고 해서 누가 눈 하나 깜짝 하겠냐"며 "지난해 이동원 목사에게 '대형교회가 앞장서서 이런 일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올해부터 시작하는 것을 보니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보통 1년에 150명 정도가 들어오고 50명 정도가 빠져나간다, 150명을 안 받는다고 하면 교인 숫자가 줄어드니 그러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8년간 목회했을 때보다 작년 1년 동안 등록한 새신자 숫자가 제일 많았다"면서 전도를 통한 교회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목사는 신자들의 '수평 이동'을 '양도둑질'이라고 표현했다. 결과적으로 주변 작은 교회나 후배 복사가 운영하는 교회의 '양'을 도둑질해온다는 것이다. 그는 "목회자나 신학자는 '이동(transfer)'이라고 표현하고 일반 신자들은 '교회 쇼핑(church shopping)'이라고 표현하겠지만, 예수님은 아마 '양도둑질'이라고 하실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 목사는 "이것이 한국교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운동으로 번져나가면 좋겠다"면서 "그러나 전도에 대한 각오와 효과적인 시스템을 준비하지 않고 뜻만 가지고 덤벼들어서는 안 된다"고 경계도 늦추지 않았다.

한국 교회의 '성장병'에 변화 바람 불까
이 세 교회는 모두 분당·산본·수지 등 서울 외곽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중형 내지 대형교회들이다.

그 외에도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동원 목사는 '한국교회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한미준)', 박은조 목사는 한민족복지재단, 이문식 목사는 남북나눔운동 등 기독교계에서 중요한 단체를 이끌고 있다. 특히 박은조 목사와 이문식 목사는 각각 <뉴스앤조이> <복음과상황>의 이사장과 발행인도 맡고 있다.

이들은 또한 교회 내적으로는 모두 소그룹 단위의 가정교회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면서 탁월한 설교와 깨끗한 목회 지도력으로 후배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한국 교회. 몇몇 대형교회들이 갖은 비리와 비상식적 행태로 세상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있으며, 대부분 교회들은 전도가 안 되어서 교인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저마다 한국 교회의 위기를 말하면서도 '성공병'에 걸려서 제 정신을 못 차리는 현실에서, 이 교회들의 결단이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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