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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미국의 축소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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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Global Report |빚더미에 시달리는 미 대학생들

기사입력 2008-09-05 06:24


●등록금 쑥 취업률 뚝…연봉은 빈익빈 부익부

미국 사립대학들이 높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저마다 대학 등록금을 인상했지만 대학생들은 낮은 취업률과 더딘 임금상승률로 빚더미에 나앉을 정도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미국교육위원회의 찰스 밀러 회장은 “대학 등록금이 지금의 상태로 계속 인상된다면 대학 입학은 투자의 가치가 없는 일이 돼 버릴 것”이라고 비꼬았다. 1982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대학 등록금은 평균 439% 올랐다. 같은 기간 의료비와 연료비가 각각 251%, 108% 오른 것과 비교하면 아무리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것이라 해도 과도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학생 1인당 평균 빚 2만달러에 달해

덕분에 미국 대학생들이 지고 있는 빚은 평균적으로 10년 전 9000달러에서 현재 2만달러까지 치솟았다. 사립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10명 중 1명꼴로 4만달러 이상의 빚을 지고 있다는 얘기다. 빚이 1만5000달러 이상인 대학 4년 졸업생 중 20% 가량은 졸업 후에도 취직이 안 돼 채무불이행 상태로 빠져든다는 것이다. 뉴욕대학의 경우, 지난해 대졸자의 60% 가량이 평균 3만4000달러의 빚더미에 시달리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대학 졸업 연령대인 20∼24세의 지난 2분기 평균 실업률은 9.8%에 달했다. 고용주들은 올해 졸업생에 대한 고용 증가율이 지난해의 17.4%에 비해 훨씬 낮은 8%에 불과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코네티컷주 미들타운에 위치한 웨슬리안 대학의 경우, 4년 학비는 20만달러(약 2억1020만원) 가량 된다. 이미 5만달러 이상을 대출 받은 가정에서는 학생 한 명당 2만1500달러 가량 밖에 등록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웨슬리안 대학을 졸업해 연봉 3만달러가 안 되는 직장에 들어갈 것이라면 다시 한번 대학 입학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대학 졸업 후 대학등록금을 뽑아 내려면 아예 등록금 감면 혜택을 내놓고 있는 명문대를 들어가거나 전문직 학위를 따야 가능해진다. 미국 대학졸업생의 평균 연봉은 지난 2001∼2006년 사이에 4.6%나 떨어진 반면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학위를 가진 대졸자는 연봉이 4.3%나 올랐다.

박사학위 소지자는 9.4% 급등했다. 연봉이 높은 전문직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면 굳이 비싼 등록금에 빚까지 지면서까지 학사학위를 받을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대학 등록금이 턱없이 비싸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 듯 하버드대·예일대처럼 돈이 많기로 유명한 명문대학들은 등록금 납부가 어려운 똑똑한 학생들을 위해 등록금 감면 혜택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돈 많은 일부 학교에서만 이뤄지고 중산층 또는 명문대를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어떠한 혜택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연소득 9만달러의 가정에서 자란 학생이 하버드대에 입학할 경우, 소득의 10%인 9000달러만 내면 된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 입학할 경우에는 학업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한 학기에 2만5000달러의 수업료 전부를 지불해야 한다.

설사 비싼 등록금 중 일부를 대출 받아 대학을 무사히 졸업하더라도 심각한 취업난은 이들의 학위를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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