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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네트워크 관리자들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맡은 바 업무를 잘 해내고 있지만, 간혹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다음 목록은 가장 위험한 네트워크 관리자의 7가지 유형이다. 필자가 오랜 기간 이 분야에서 동료들의 특성을 관찰해 그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보통 네트워크 관리자들은 아래에 서술된 특성 중 몇 가지에 해당하겠지만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정도가 지나친 경우'에 대한 것임을 유념하고 가볍게 읽어주길 바란다.

1. 보안 강박증형
이 유형의 관리자는 자신이 관리하는 네트워크에 "눈곱만큼의 '나쁜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지상 과제를 갖고 있다. 네트워크 케이블, 패치 패널, 라우터, UPS 등 모든 것이 책상서랍 속의 마우스볼처럼 그의 소유라는 점에 유의하자.

보안 강박증형이 문제를 예방하는 방법은 시스템을 아주 단단히 잠궈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변화를 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로그인, 그리고 패스워드 변경(어차피 사용할 때마다 새로운 것으로 갱신하도록 설정돼 있다) 정도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인가되지 않은 실행 파일을 수행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허용하기엔 너무 위험한 일이다. 이메일 서버는 파일 첨부가 안되도록 설정돼 있다.

이 보안 강박증형 관리자가 네트워크 운영을 맡은 지난 7년간 단 한차례의 바이러스 감염도 없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안전을 위해 자신이 사용하는 컴퓨터 본체의 USB 소켓은 바이오스에서 비활성화 시켜뒀고 바이오스에는 암호를 걸어놨다. 게다가 USB 소켓 자체를 접착제로 막아버렸기 때문에 누군가 USB 메모리 스틱을 가져와 그의 컴퓨터에서 정보를 빼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관리자의 컴퓨터는 책상에 단단히 고정돼 있는데다 네트워크 케이블을 꼽지 않으면 부팅도 안되기 때문에 뜯어간다 해도 별 소용 없다. 시스템 커버를 제거하려는 불순한(?) 시도가 있을 경우 소형 폭발물이 터질지도 모르겠다.

2. 어떻게 하다보니형
어떻게 하다보니형은 다른 직종의 직원이 우연한 계기로 네트워크 관리자가 돼 요령을 익혀 나간 케이스다. 회사가 10년 전 서류업무를 줄이기 위해 PC를 구매했는데, 가장 늦게 퇴근하는 어느 한 직원이 자연스럽게 비공식 'PC 담당'이 된 것이다. 이후 5명이던 직원이 80명으로 늘어났으며 네트워크도 확장됐다.

현재 이 회사에는 임시 서버에 10여 대의 시스템이 아무렇게나 연결돼 있다. 이 서버는 이메일 게이트웨이, 파일 서버, 인터넷 프록시 서버 역할을 전담하고 있다. 네트워크에 대한 모든 잡다한 지식은 관리자의 머릿속에 있기 때문에 관리 문서 따위는 없다. 특별히 위험한 상황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네트워크는 그럭저럭 굴러가긴 한다.

회사는 네트워크를 전담할 IT 전문가를 고용할 정도가 되지 않아 결국 한 직원만 혹사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관리자는 원래 속한 팀에서도 자기 일을 모두 해야 한다.

이 경우 유일한 희망은 회사가 더 확장돼서 IT 전문가를 고용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 그래서 어떻게 하다보니형 관리자가 시스템 관리 일에서 영원히 손을 떼는 것이다.

잦은 시스템 다운, 바이러스 감염, 불안정한 전원 문제 정도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면 이런 형태로 운영이 불가능한건 아니다. 모든 직원의 패스워드가 동일하고, 모든 직원에게 네트워크 폴더 접근 권한이 있다 해도 "직원들의 인간성이 좋은데다 신뢰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역시 문제될 것 없다.

3. 원격 지배형
애플리케이션의 원격 설치 및 업그레이드 기술을 완전히 마스터한 한 관리자가 있다. 그에게 사용자가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 따위는 문제가 아니다.

업무 후 컴퓨터를 끄고 퇴근한다 해도 이 원격 지배자의 손길을 벗어날 수는 없다. 이미 네트워크 상의 모든 컴퓨터를 WOL(Wake-On-LAN) 상태로 설정해뒀기 때문이다.

자신의 컴퓨터를 지키고 싶다면 네트워크 케이블을 뽑고 퇴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다음날 아침 생소한 PC를 대면하게 될 수도 있다. 어제 사용하던 것들 중 어느 하나도 찾을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PC를!

4. 고지식형
사용자가 통상적인 것에서 조금만 벗어난 것을 요구해도 "제 업무 범위를 벗어난 일입니다"라고 대답하는 유형으로, 관공서 공무원을 연상시킨다.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다면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해도) 스스로에게 징계처분을 내릴 유형이기도 하다. 만일 이 관리자가 업무와 별 관련 없는 이메일이 네트워크를 통해 오간 것을 발견한다면, 해당 직원들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5. 실험가형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이 관리자는 항상 새로운 패치, 업그레이드를 시도한다. 지각있는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실제 시스템에 적용하기 전에 소규모 시험용 네트워크에서 돌려보지만 이 유형은 그런 절차 없이 바로 실제 시스템에 적용해본다.

원격지배형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그래도 원격지배형은 최소한 사전 확인 작업을 통해 실제 네트워크에 끼칠 영향을 점검한다.

6. 네트워크 사유재산화형
명칭이 의미하듯 회사 네트워크는 이 관리자의 개인 소유다. 누군가 네트워크의 원활한 운영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할라 치면 크게 분노한다.

그정도는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의 다른 유형들과 마찬가지로 정도가 너무 심한 경우가 문제다. 네트워크 성능이 100%로 나오는 로그에 유별나게 집착한다. 이 '100% 로그'를 위해 일반적 용도로는 네트워크 자원을 거의 할당하지 않는다.

7. 게임광형
위험한 네트워크 관리자 유형 중 가장 친숙한 타입이다. 주로 대학교에서 많이 발견된다. 소수 학생들의 졸업논문 작성이나 연구에 이용되는 대학 네트워크에는 남는 자원이 풍부하다. 이 자원은 곧 네트워크 관리팀의 게임 플랫폼으로 활용된다.

대학 네트워크 관리자들이 수많은 온라인 게임에서 상대방의 가상 존재를 없애는 일에 네트워크 자원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힘든 하루를 보낸 후 가상 공간에서 몇 시간 동안 즐기는 것이야말로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휴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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