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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입사/입시의 한단면..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한국의 입시전쟁은 중학교/고등학교 이제 대학교 졸업할쯤.. 입사전쟁으로 변모한다.
좋은 학교에 가려고.. 끊임없이 스펙을 높여온 우리가..
이젠 좋은 회사에 가려고.. 또다시 스펙을 끌어 올린다.

모두가 그렇게 한다. 그게 방법일까?
아직도 회사에서는 우수한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 친다.
대학에서도 똑똑한 학생들이 없다고..

창의적이고 똑똑하고 능력있는 학생을 만나려면..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편안한 공기업이나 공무원이 되기 보다는 진취적인 일에 도전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그래서.. 좋은 대학에 가는 방법이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보는 사회가 된다는건.. 역시 한두 사람만의 과제는 아닌듯..

우리 학생들이 앞으로 10~20년 이후에 퇴직할때는 또 퇴직후 생존 전쟁에 시달리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세상은 급속도로 변화되어 더 많은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요구하지만 어렸을적 부터 생존에만 매말라 버린
우리의 삶이 안타갑다.

이런 사회적 현상에 어떤 기회가 있을까?
지식그리고 창조력, 감성.. 그리고 네트워크.. 새로운 도전이 가능한 어떤 것?

분명 방법은 있다. 우리 청년들이 더 큰 꿈을 가지고 더 많은 도전을 할 수 있는 방법
그건 역시 대륙에 있는게 아닐까 한다.

 : 한,중,일 3국이 함께하는 큰 대륙..

共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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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대학 5년생은 필수, 6년생은 선택

2009 10/27   위클리경향 847호

취업 준비생들이 스터디 룸에 모여 공부를 하고 있다. 다이어리에 빼곡히 적힌 입사 지원 현황을 통해 고단한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임석빈 인턴기자>

‘청년실업’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졸업을 일부러 늦추고 ‘취업형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살기 위해 취업한다’가 아니라 ‘취업 위해 산다’고 할 만큼 모든 일상은 취업 준비에 맞춰 있다. 미래가 불안한 취업 준비생들의 고단한 일상을 들여다봤다.

입학에서 졸업까지 6년. 초등학교가 아니다. 4년제 대학생 평균 재학기간이다. 높은 학점에 능숙한 영어실력, 풍부한 사회경험까지 갖추고도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는, 아니 벗어나지 못하는 대학생. ‘청년실업’이라는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진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ㅇ전 ㅇ승 ㅇ패 ㅇ대기 ‘취업 전적’
서울 ㄱ대학교 이성원씨(가명·25)는 이번 학기가 9번째 학기다. 지난 학기에 교수를 찾아가 F학점을 ‘요청’했다. 이씨는 “백수보단 5학년이 마음이 편하다. 졸업 연기든 휴학이든 졸업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모두의 ‘로망’”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취업정보업체 인크루트가 2009년 2월에 4년제 대학을 졸업한 1만1161명의 이력서를 분석한 결과 평균 대학 재학기간이 남학생은 7년(83.6개월), 여학생은 5년(56.0개월) 등 평균 6년(72.4개월)으로 나타났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는 어학연수, 취업준비, 개인사정 등 다양하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재학 중에 취업하겠다는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대학 5년생은 필수, 6년생은 선택’이란 기형적 대학 문화를 만들었다.

평일 오후 7시 서울 강남역의 한 카페. 이른바 ‘스터디 룸’이다. 이곳은 취업 준비생들이 모여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카페로, 강남·대학로·신촌 등지에서 성행하고 있다. 방마다 3~8명의 취업 준비생들이 모여 ‘열공’ 중이며, 과목은 하나같이 ‘취업’이다. E202호. 5명의 ‘7년 차’ 대학생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중이다.

“A기업은 기독교 색채가 강해서 기독교인이 아니면 들어가기도 힘들고, 들어가서도 적응하는데 쉽지 않다는 말이 있어요.” “B기업은 자소서(자기소개서)에 ‘승부근성’ ‘열정’, 이런 느낌을 잘 살려야 한대요. … 수십년째 2등 기업이라 그렇겠죠.”

진지한 분위기 속에 저마다 보유한 기업정보를 쏟아낸다. 대부분 ‘카더라’로 끝나지만 나름대로 그럴 듯한 이유와 믿을 만한 출처의 정보다. 서유란씨(24·숙명여대)는 “취업 컨설턴트의 말이나 먼저 입사한 선배들을 통해 얻은 정보를 공유한다”면서 “정보 공유는 물론 자기소개서 첨삭, 모의 면접까지 연습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모두 졸업예정자이다. 대학생활의 마지막이자 기나긴 취업전선의 출발선에 섰다. 물론 올해 안에 취직하는 것이 목표다. 서씨는 “아직 졸업 전이어서 그나마 심리적 안정이 된다”면서 “같은 조건이라면 기업도 졸업자보단 졸업예정자를 선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취업 준비생들은 저마다 취업 ‘전적’을 가지고 있다. 15전 2승7패 6대기. 해석하면 15곳의 회사에 이력서를 넣어 2곳 합격, 7곳 탈락이라는 뜻이다. 6대기는 아직 발표가 나지 않았다는 의미. 흡사 격투기 선수의 성적을 보는 듯하다. 그만큼 치열하다고 이해해도 무방하다. 기자가 취업 전적을 묻자 모두 주저한다. 이우식씨(26·한국외대)는 “민감한 부분이어서 다들 공개하기 꺼린다”면서 “나는 졸업예정자여서 아직 ‘신인급’”이라고 웃었다. 조상민씨(25·경희대)는 “아직(취재 당시 10월7일) 발표나지 않은 기업이 대부분이어서 큰 의미가 없다”면서 “그래도 되는 친구들은 벌써 대여섯 곳 합격했다”고 말했다.

취업 정보업체 커리어는 올해 상반기 대기업 서류전형 합격자 956명을 대상으로 평균 스펙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학점은 3.58(4.5 만점), 토익점수는 793.5점, 자격증 수는 2.1개, 해외 연수경험은 27.2%, 인턴경험은 22.8%였다. 이와 비교하면 이들의 스펙은 화려했다. 서울의 속칭 ‘중상위권 대학’ 출신, 1회 이상의 어학연수, 공인 어학성적으로 토익은 평균 900점 이상, 영어말하기 성적도 상위권이다. 인턴활동은 2회 이상 자격증도 최소 3개. 그러나 불안하긴 여느 대학생과 마찬가지다. 서씨는 “졸업자보단 덜 하겠지만 그래도 졸업 전에 취직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심하다”면서 “부담감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취업 준비생의 고질병”이라고 불안한 심정을 토로했다.

인크루트가 취업 준비생 875명을 대상으로 ‘취업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느냐’는 질문을 한 결과 95.1%의 구직자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 가운데 35.1%의 응답자는 ‘취업에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시달린다’고 응답했다. 조사에서 볼 수 있듯이 거의 모든 취업 준비생이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스트레스의 정도는 개인이 가진 ‘스펙’수준에 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취업 스트레스에 탈모, 불면증까지
김동영씨(가명·27)는 수시로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많은 기업이 합격 여부를 확인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 때문이다. 기자를 만난 날도 어김없이 문자가 왔다. 노트북을 열어 확인했다. ‘죄송합니다.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 불합격이다. 김씨의 얼굴에 아쉬움이 묻어 났다.

“이제는 조금 무덤덤하다”는 김씨의 취업 전적은 헤아릴 수 없다. 올해 초 지방 사립대를 졸업한 김씨는 “100전을 넘긴 이후로 세어 보지 않았다”고 마른 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취업 스트레스로 탈모 증상이 생겼다. 불면증에 잠도 제대로 못 이룬다. 김씨를 이토록 불안하게 만든 것은 떨어지는 스펙이다. 김씨는 “지방대 출신에 평균을 조금 넘는 토익성적, 어학연수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취업이 안 되는 것 같다”면서 “남들보다 부족하다는 사실자체가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직장인은 혼잡한 출근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취업 준비생은 출근을 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김정근 기자>

김씨의 일과는 오로지 ‘취업’의 시계에 맞춰 돌아간다. 오전 8시30분. 토익 학원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토스트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해결한다. 식사시간마저 아끼겠다는 김씨의 의지다. 학원이 끝나면 수강생끼리 모인 토익 스터디로 향한다. 오전시간은 오로지 토익에만 투자한다. 김씨는 “토익이 가장 기본인데 이게 낮아서 자꾸 떨어지는 것 같다”며 토익을 빨리 ‘떼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오후가 되면 김씨는 도서관을 향한다. 하반기 공채가 시작된 이후 줄곧 자기소개서에 매달린다. 김씨는 “말 그대로 시즌이기 때문에 하루에 3,4곳에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있다”면서 “그동안 쓴 것을 모아도 자서전 한 권은 나올 것 같다”고 웃었다. 항상 웃으려 노력한다는 김씨. 가족의 반응을 묻자 시무룩해졌다. 가족 누구도 내색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김씨에겐 침묵이 더 큰 부담이다. 김씨는 “뉴스에서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자주 보도하기 때문에 부모님도 상황을 잘 안다”면서 “내 눈치를 보느라 ‘어떻게 돼 가느냐’는 한마디도 못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오후 5시가 넘자 김씨는 서둘러 짐을 챙겨 신촌역 근처 카페로 향했다. ‘밥터디’(식사와 스터디를 동시에 해결한다는 합성어, 표 2 참조)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스터디 구성원은 김씨를 포함해 4명이다. 김신정씨(가명·25)는 “모두 취업 ‘재수생’이라 아는 사람이 볼까 신경 쓰인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이날은 면접을 대비한 스터디가 이뤄졌다. “지원 동기가 뭐죠?”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했나요?” 등 질문이 쏟아진다. 김씨는 능숙하게 답변한다. 10분의 모의 면접이 끝나자 피드백이 쏟아진다. 이상엽씨(가명·26)는 “자신이 없을 때마다 시선이 분산돼 거짓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서 “면접에서 자꾸 떨어지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날카롭지만 상처가 될 수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씨는 “서로 이렇게 자극적으로 지적해야 고쳐진다”면서 “취업 재수생들은 이 정도로 상처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 요구로 스펙 경쟁 심화 토로
하반기 취업 시장에 대해 묻자 성토가 쏟아진다. 이씨는 “경기지표는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채용 규모를 보면 전혀 실감나지 않는다”며 기업의 소극적 채용에 불만을 터뜨렸다. 인크루트의 하반기 채용조사에 따르면 548개 상장사 가운데 하반기 채용에 나서는 기업은 194개 사로 전체의 35.4%에 불과하다. 또 올 하반기 채용을 확정한 기업(478개 사)이 밝힌 채용인원은 총 1만1036명으로, 이들 기업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뽑은 1만2728명에 비해 13.3%가 줄어든 규모다. 취업 준비생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온도는 실제 채용 상황과 일치했다.

기업이 취업 준비생으로 하여금 스펙경쟁을 심화시킨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삼성·LG·SK·현대 그룹 등 국내 250개 주요 기업에서 토익 스피킹이나 오픽과 같은 영어 말하기 성적을 선택 또는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좁아진 취업의 문턱에서는 공인 어학 성적, 학점, 인턴, 봉사활동 등 8개 이상의 스펙이 요구되기도 한다.<표 1 참조> 김씨의 하소연에서 힘겨운 취업 준비생의 심정이 묻어 난다.

“토익은 기본이고 영어 말하기가 필수인 회사가 늘고 있어요. 여기에 어학연수 경험, 인턴, 자격증에 자기소개서까지 끝이 없죠. 채용하는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더 갖춘 사람을 뽑는 게 당연하겠죠. 그래도 갈수록 너무 심해지는 거 아닌가요?”

자기소개서 소설화하는 ‘자소설’
‘인턴’기자 주위에는 온통 취업 준비생이다. 한 친구가 “‘서버전형’에서 떨어졌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서류전형 마감시간에 지원자가 몰려 서버가 다운되거나 인터넷이 느려져 제대로 접수를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이 뿐 아니다. ‘행인’ ‘스펙리셋’ 등(표 2 참조) 취업과 관련한 신조어가 넘쳐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단순 말장난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를 들여다보면 청년 구직자들이 하고 있는 고민과 굴곡진 취업 시장을 비꼬는 시선이 담겨 있다.

‘인턴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찼던 때는 저희 팀의 광고가 첫 방송광고로 나갔을 때입니다. … 기획기간에는 일주일에 10시간도 못 자면서 자료수집 및 아이디어를 짰습니다. … 고생 끝에 완성된 광고가 방송되는 것을 보고 눈물이 났습니다. 아이를 낳은 심정이었습니다.’

이영지씨(가명·23)의 ‘자소설’의 일부다. 자소설은 자기소개서와 소설의 합성어로, 자기소개서를 소설처럼 꾸며 쓴다는 의미다. 이 내용 가운데 사실인 부분은 이씨가 광고대행사에서 인턴을 했다는 것뿐이다. 기획회의에는 참여하지도 못했고, 퇴근은 항상 오후 6~7시에 했다. 일은 자료정리만 도맡았다. 그리고 방송광고가 아니라 지면광고였다. 이처럼 하나의 사실을 크게 부풀리는 것. 이것이 자소설이다. 이씨는 “모든 기업에서 자기소개서를 요구한다. 

스펙이 평준화됐기에 자기소개서는 중요하다”면서 “사실만 쓰면 밋밋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지원자가 과장해 글을 쓴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서류 전형에서 자기소개서 비중을 크게 두고 있다.<표 1 참조>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는 자기소개서 작성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공인 어학성적이나 출신학교로 인해 낙인찍힌 이들에게 자소설에 의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소설에 대해 기업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도의 차이일 뿐 과거에도 과장된 자기소개서는 존재했다는 것이다. 하반기 공채가 진행 중인 ㅅ은행의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현실을 감안하고 자기소개서를 검토할 것”이라면서 “완전한 허위사실이 아니라면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능력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의 생각도 같다. 조희주씨(23·국민대)는 “누군가 대신 써 주는 것이 아니라면 나를 볼륨감 있게 표현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의 일상은 고단하다. 가슴엔 불안이 가득하다. 취업이 확정될 때까지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누구도 이들의 심정을 오롯이 헤아리지 못한다. 지난 9월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운찬 총리 후보자는 “청년실업 문제는 일자리가 없어서 생긴 것이 아니다”면서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도 라디오연설에서 “상황을 탓하면서 잔뜩 움츠린 채 편안하고 좋은 직장만 기다리는 것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라며 취업 준비생의 눈높이를 문제 삼았다. 그러나 내놓은 것은 1만5000여 명의 ‘지나가는 행인’(행정인턴) 방침이었다. 미봉책만 던져 놓은 것이다. 기업 역시 취업 준비생들의 처지를 봐주지 않았다. 올해 초부터 영어말하기 성적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더 크고 무거운 짐만 안겼다.

지난 9월 현재 청년실업률은 7.6%다. 여기에 취업 준비생은 포함되지 않는다. 비경제활동인구(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결국 취업 준비생들은 정부와 기업에 이해받지 못하고 실업자에 포함되지도 않는 유령 같은 존재가 됐다. 그렇기에 이들은 유령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휴학과 졸업 연기를 거듭하며 대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떠돈다. 그리고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2009년을 사는 취업 준비생들의 현실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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