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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인수합병(M&A)'이란 회사를 인수하고자 하는 주체가 자신의 돈을 들이지 않고 회사를 사들인 뒤 이 돈을 다시 빼내가는 행위를 뜻한다. 언뜻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이 같은 일이 코스닥 시장에서 성행하고 있다.

무자본 M&A는 보통 사채업자들의 자금을 활용해 이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A라는 투자가가 사채업자 B에게 자금을 빌렸다고 가정해보자. 자금을 마련한 A는 먼저 타겟이 되는 회사 C를 물색한다.

A는 C사 관계자들을 만나 자신은 선량한 투자자이며 회사를 인수해 경영을 정상화 시킬 것을 약속한다. 이 때 C사 관계자들이 A와 결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를 가정했다.

A는 보통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C사를 인수한다. A는 B에게 빌린 자금을 증자대금으로 C사에 납부한 뒤 익일에 전액 인출, B에게 상환한다. '가장납입'이 발생하는 것. 소위 '찍기'라고 불리는 이 방법이 가능해지는 것은 유증 참여 후의 A의 지위 변화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횡령 사건이 발생한 지오엠씨 (540원 상승5 0.9%)의 경우 유상증자에 참여한 조해인씨가 유증 이후 경영지배인에 선임됐다. 회사의 자금 사용에 관한 권한 전반을 위임받은 조씨는 이러한 자신의 지위를 활용해 마음껏 회사 자금을 인출할 수 있었다.

가장납입 횡령 혐의로 인해 현재 상장폐지실질심사를 받고 있는 글로포스트도 비슷한 경우다. 유동칠씨는 당시 글로포스트의 대표이사라는 신분을 이용해 회사 자금 150억원을 가장납입하고 수십억원을 추가로 횡령했다 검찰에 구속됐다.

이들 이외에도 지난 해 디시인사이드에 인수됐던 IC코퍼레이션과 다시 IC코퍼레이션에 인수된 코아정보시스템의 경우도 사채에 의해 회사가 망가진 대표적인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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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자대금 납부 이후에도 A와 B의 부적절한 동거는 계속된다.

주식을 인출한 A는 인출한 유통 가능한 주식 실물 전체를 B에게 제공한 뒤 해당 주식 시가의 약 50~60%에 해당하는 자금을 이자를 주는 조건으로 차입한다. 이때도 이자는 회사가 지급하는 조건으로, 나중에 별도의 비용으로 계상한다. 일종의 '배임' 혐의가 발생하는 순간이다.

유통 주식 물량 통제에 성공한 A와 B는 주식시장에서 세력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주가를 2~3배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을 주문한다. '주가조작' 혐의가 추가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적절히 주식물량을 통제하면서 주가를 3배 이상의 수준에서 유지시키는 가운데 선의의 일반투자자가 관심을 갖고 C사의 주식을 매입하는 시기가 오면 B는 담보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한다.

평균 매도단가가 증자단가의 2배 이상만 유지될 경우 B는 사채원금 및 이자를 상환 받고 유상증자 주식의 50% 이상을 무자본 M&A의 주체인 A에게 돌려줄 수 있게 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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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M&A의 결과 회사는 증자 대금의 50~60%의 자금만 유입된 채 고리의 이자를 대납하게 되고, 일반투자자들은 단기간의 주가 급락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오직 무자본 M&A의 주체와 사채권자만이 불법적인 이득을 취하는 셈이다.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부실해진 기업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M&A를 고려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하지만 신규자금으로 정상화를 시켜야 하는 부실기업을 상대로 진행되는 무자본 M&A는 부실기업을 한계 상황까지 몰고 가 결국은 상장폐지절차에 몰아넣기도 한다.

"밤낮없이 직원들과 일하면서 일궈온 회사입니다. 일만 열심히 하면 다 되는 줄 알고 지금까지 꾸려왔는데 한 순간에 회사가 넘어가게 생겼습니다. 회사야 어찌됐든 괜찮은데 남겨진 직원들이 걱정돼서 잠도 오지 않습니다" 무자본 M&A로 인해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한 코스닥 상장업체 대표의 말이다.

투데이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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