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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삼성은 안그럴까??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차이가 날까??

신뢰라는건 투명성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혹시 우리 스스로 "우상"을 만들고 "독재"를 비호하는 건 아닐까?

"세계 최고 도요타니까.. 가장 큰 기업이니까"
이와 비슷한 말이 한국에서 들리는 현실.. 언젠가는 터질 활화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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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구조적 문제 지적한 와타나베 마사히로
2조 엔 벌면서도 사람과 리콜에 투자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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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설상가상(雪上加霜). 지금 도요타에 딱 맞는 말이다. 미국에서 브레이크 고장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몰려 있는 도요타에 또 다른 부담스러운 존재가 나타났다.

『도요타의 어둠』(창해 刊)이란 책을 쓴 와타나베 마사히로가 그 주인공. 니혼게이자이 신문 기자와 IBM 비즈니스 컨설팅 서비스 컨설턴트를 거쳐 2004년 독립 인터넷 언론인 MyNewsJapan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그는 도요타를 ‘프티 북조선’이라고까지 할 정도다.

한때 전 세계 자동차회사, 전 세계 제조업이 따라야 할 방식으로 추앙받던 ‘도요타 방식’을 그는 ‘사원착취’ 방식으로 비판하고 있다. ‘가이젠(改善)’ ‘4S’ 등 이미 경영계에서도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 잡은 것들도 “모두 사람을 옭아매는 수단일 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도요타류’의 경영서적에 대해서도 “강력한 언론통제의 산물”이라고 단언한다. 읽는 사람이 혼란스러울 정도다. 반(反)도요타 서적으로 불릴 만하지만 이번 기회에 도요타식 경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와타나베와 e-메일로 인터뷰했다.

>> 당신의 책에서 도요타의 품질결함 문제가 이미 심각한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도요타 차의 품질은 좋다고 인식되지 않나?

“도요타는 결함 차를 쉬쉬해 왔다. ‘서비스 캠페인’ 등이라고 불리는 수법으로 사실상 암개수(숨어서 개선작업)를 행하고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 해왔다. 코스트가 높은 리콜로부터는 벗어나도록 한 것이다. 도요타는 서비스 캠페인을 2006년 8회, 2005년 12회를 행했으나 대다수가 비공개다. 일본에서는 리콜제도가 허술하고 이번 프리우스도 당초는 ‘일본에서는 자주개수(자체적 개선), 미국에서는 리콜’이라고 보도돼 왔다. 역시 이상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일본에서도 리콜이 돼야 하는 이유가 충분하다.”

도요타는 반성 대신 글로벌 확대 노선으로

>> 상황이 그 정도로 심각한가?


“그렇다. 일본은 이 정도로 물렁하다. RV차 ‘하이럭스서프’는 위험성을 인식하면서도 8년간 대책을 세우지 않아 2004년 8월 5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 2개월 뒤 2004년 10월 26일 1988~96년에 제조된 같은 차 약 33만 대에 대한 리콜을 신청했다.”

>> 미국에서 발생한 이번 사태에 대한 도요타의 대응방식을 보면 도요타답지 않다고 느껴졌다. 왜 그렇게 문제가 커졌나?

“앞서 설명했듯이 이번 대응은 분명 도요타다운 것이었다. 이전에도 도요타는 중상사고로 이어진 리콜을 은폐하기 위해 과거의 결함 정보를 정정했다. 71건의 클레임을 숨겼다는 내부 보고서를 2006년 7월 국토교통성에 제출한 바 있다. 그 직후 사죄회견을 했으나 사장은 얼굴도 내밀지 않고 부사장만 머리를 숙였을 뿐이다.

보통 이러한 사죄회견에는 기업의 톱(top)이 나오는 것이 관례다. 그것을 미국에서도 하려고 했다가 미 의회에서는 허락되지 않자 사장이 직접 간 것이다. 소비자를 경시하는 것이 당연한 도요타에는 사장이 가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 일본의 국회에 도요타의 사장이 불려가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이번 사태는 돌출적인 사건으로 봐야 되나, 누적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으로 봐야 하나?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미 2006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 뒤 도요타는 반성하지 않은 채 급격한 글로벌 확대노선을 펼쳤다. 당국은 사장을 불러 진위조사를 하지도 않았고 정치가도 허술한 리콜제도를 방치했으며, 매스컴도 광고비에 회유됐고 소비자는 정보 공개도 요구하지 않았다. 노조는 경영 측과 일체화됐다. 다시 말해 4년 전부터 폭주해 오고 있던 도요타를 멈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다.”

>> 책을 보면 도요타가 직원은 물론 언론, 정치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도 한 기업의 힘이 사회를 좌우할 수 있는가?

“일본은 부유한 나라다. 하지만 선진국은 아니라고 본다. 우선 미디어에 의한 감시 기능이 떨어진다. 도요타 자동차는 2008년 광고선전비로 1000억 엔을 넘게 썼고 이는 13년 연속 일본에서 최고다. 그러다 보니 이번 리콜 문제에 대한 보도도 도요타를 보호하는 자의적 내용이 중심이었다.

둘째, 노조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적 경영의 특징은 기업별 노동조합과 종신고용이다. 도요타 노조는 경영 측과 일체화돼 노동자를 위해 싸우는 일은 하지 않는다. 노동환경이 그중 대표적인 예로 일본은 유럽 선진국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노동시간이 길고 ‘가이젠 제안활동’이나 ‘QC서클활동’ 등 실질적인 서비스 잔업도 많다.

셋째, 당국의 감독기능이 없다. 자동차메이커는 3개월마다 국토교통성에 리콜차 개선 현황에 대해 보고하고 있으나 이 정보조차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국교성이 국민보다도 도요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다. 2000년과 2001년에 5만 대 정도였던 리콜 대수가 몇 년 후에는 2년 연속 188만 대를 넘을 정도로 늘었던 것은, 거기까지 당국이 묵인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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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의 답변은 계속 이어진다. 그는 이번 문제를 기술적인 게 아니라 도요타와 일본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는 듯했다.

“넷째, 소비자단체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일본은 소비자의 권리 의식이 낮고 소비자의 목숨이 달린 리콜 문제도 행정력에 맡기고 있다.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것도 하지 않는다. 나와 동료가 국교성이 발표한 자료를 기초로 2004~2006년 3년치 총 1285건의 리콜을 분석한 결과, 발매 대수 512만 대 중 리콜 대수가 511만 대로 리콜률은 99%였다.

스피드를 지나치게 올린 게 화근

도요타는 소비자를 무료 테스트 드라이버로 사용한 것이다. 이마저도 비공개 자료다. 그래도 소비자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다섯째로 정치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일본 정치는 국민보다도 도요타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 2000년에는 미쓰비시가, 2006년 도요타가 리콜을 감춰 중대사고를 발생시켜도 대책을 내놓지 않다가 급기야 미국에서 렉서스가 급발진해 사람이 죽는 일까지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런 점을 보면 일본은 본질적으로는 아직 개발독재국으로 민주적인 선진국과 거리가 멀다.”

>> 리콜은 예방조치로 작용해 앞으로 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은가?

“리콜은 절대악은 아니다. 솔직히 리콜을 한다는 회사 쪽에 신용이 간다. 문제는 객관적인 평가다. 행정기관이나 시민단체라도 그런 일을 해야 하는데 없다. 이를 위해 정보공개를 의무화해야 하는데 그게 안 돼 소비자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 도요타 경영방식 중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품질저하인가, 비판이 통하지 않는 것인가, 지나친 업무강도인가?

“품질은 미국차 등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가장 큰 문제는 도요타 자신을 포함한 일본의 통치구조라고 생각한다. 도요타는 일본 기업의 상징으로 일본 사회의 상징이기도 하다. 도요타가 문제를 일으킬 때는 주변의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앞서 말한 다섯 가지 기능(정치, 행정, 매스컴, 소비자, 노조)이 본래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확대되고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것은 일본 사회의 문제다.”

>> 도요타 자체로 문제를 한정시킨다면?

“도요타 사장이 미국 의회에서 말했던 것처럼 스피드를 지나치게 올린 것이다. 글로벌 확대를 과속으로 진행함으로써 사람의 성장도, 품질관리도 이 속도에 따라가지 못했다. 사람이나 품질관리에 투자했다면 좋았을 텐데 매출 확대를 위해 영업이나 생산 위주로 투자했던 것이다.”

>> 한국에서는 도요타식 경영이 합리적인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하지만 당신은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데….

“비합리적인 것은 인간을 기계처럼 대하는 경향이 지나쳐 과로사나 과로자살을 유발한다든지, 코스트를 발생하는 리콜 대수를 줄이기 위해서 정보를 감춰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에 폐를 끼치는 점이다. 이런 문제가 없다면 전체적으로는 합리적이다. 이익 2조 엔을 내면서 사람(과로사할 정도로 잔업을 시킬 거면 사람을 더 뽑는 게 나았다)이나 품질에 투자하지 않았다는 것(리콜 대책으로 투자를 더 할 일이었다)이 문제다.”

소비자에게 성실한 대응 긴요

>> 가이젠, 4S활동 등이 개인에겐 힘든 일이지만 그것 때문에 세계적 회사가 된 것 아닌가? 그런 것 없이 파산했던 GM이 결과적으로 사회와 직원에게 더 큰 피해를 준 것 아닌가?

“가이젠이나 4S는 기업으로서 당연히 사원에게 바랄 수밖에 없는 효율화 작업으로 이것은 사원의 희생이라고 할 수도 없고,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가이젠 활동을 임금과 상관없는 무상잔업으로 강제하거나 과로사 기준(월 8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을 상시화하는 것이 문제다. 2조 엔의 이익을 내면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는 다시 생각해 봐야 된다.”

>> 도요타의 사원은 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았나?

“노조가 어용노조로 함께 권리를 주장해주는 사람이 없고 혼자서 주장해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싫으면 회사를 관두는 수밖에 없다. 원래 노동환경을 감독하는 입장에 있는 정부도 기능하지 않는다. 과로사해도 노동기준감독청은 그다지 과로사 인정을 해주지 않고 재판까지 가지 않는 이상 인정받기 어렵다.”

>> 도요타가 이번 위기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철저한 정보공개가 필요하다. 매일 클레임 건수를 표시하는 것에서부터 ‘서비스 캠페인’ ‘자주개수’ ‘리콜’ 등 모든 것에 해당하는 경과를 공개해야 한다. 리콜을 신청한 것이라면 개선이 어디까지 이뤄졌는지 3개월마다 표시해야 한다. 지금까지 소비자 입장에서 하지 못했으니 외부의 의견을 청취해 철저히 안전성에 대해서는 정보를 웹에 공개하는 것이다. 일시적인 사과나 광고 등은 소용없다. 또 매스컴에 돈을 흘려 회유하는 것은 소비자 측면에서 성실한 대응방식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 일본의 다른 기업도 도요타와 같은 문제를 갖고 있나?

“완전히 똑같다. 일본의 DNA다. 일본은 전후 급성장을 이유로 그간 소비자나 노동자보다도 기업이익을 가장 중시해 왔고 기본적으로 법 제도가 이러한 생각을 밑바탕에 두고 있다. 품질관리에 있어서도, 노동환경에 있어서도 법 제도부터가 문제다.

품질관리에 대해서는 파나소닉의 석유히터 사건(유독가스 방출로 고객 사망)이 있었던 것처럼 당국도 사람이 죽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노동환경으로 말하면 노사가 합의한 과로사 기준이 넘었어도 잔업수당을 지불하면 책임을 사원에게 넘기는 것이 가능하다. 일본의 법은 사원을 과로사할 때까지 일을 시켜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 이 책을 쓴 이유는 무엇인가?

“권력의 폭주를 감시하는 것은 저널리스트로서의 직업적 사명이다. 그리고 일본을 상징하는 기업으로서 도요타가 바뀐다면 일본은 보다 좋은 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 일본은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가야 하는데 전후 통치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확대를 멈추지 못한 것은 유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이런 문제를 바꿔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널리스트가 밝히는 도요타의 흑막
와타나베 마사히로(39)
일본의 저널리스트. 현 인터넷 신문사 MyNewsJapan의 대표 겸 편집장. 1996년부터 3년간 닛케이신문 기자로 활동했다.

이후 IBM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대기업 화이트 컬러의 생산성 향상, 간접부문의 효율화, 인건비 최적화 등의 프로젝트 수행을 6년간 했다. 2004년 MyNewsJapan을 창업했다. MyNewsJapan은 인터넷 매체로, 저널리즘이란 권력의 반대편에 서 있는 독자를 컨설팅하는 것이라 생각해 컨설팅의 노하우를 저널리즘에 적용하는 컨셉트로 만들어졌다.

장래의 일본을 이끌어갈 젊은 세대를 타기팅해 저널리즘과 상업주의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MyNewsJapan에서는 2006년 7월부터 리콜의 왕 도요타를 7회 연재하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결함 있는 차량을 생산해 놓고 회수율조차 공개하지 않는 도요타를 비판해 왔다. 이것이 『도요타의 어둠』이라는 저서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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