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미국이 선진국인 이유는 이런거 아닐까?

한편에선 월가의 탐욕과 정치권의 유착, 거짓이 판치는 정치판이 득세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애플과 구글과 같은 창조적 혁신기업이 등장하고 아이디어로 창업이 가능한 그런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

그런 미국이 부럽다.
한국의 젊은이는 그런 미국으로 떠나야 할까?
그렇게 해서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성공하고 한국에 그런 문화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나도 언젠가 그곳에 있으리.

---
"잡(일) 구할 때 `아이 케임 프롬 MS(마이크로소프트 출신입니다)`보다는 `아이 케임 프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출신입니다)`이라고 하면 한 번 더 쳐다 봅니다."

서울과학고와 코넬대를 거쳐 시카고대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받은 정재훈 씨(35)는 한국 유수 대기업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고, 실리콘밸리에서 제2의 래리 페이지(구글 창업자)를 꿈꾸는 수많은 젊은이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 외곽 서너 평짜리 사무공간에서 만난 정씨는 "실패가 빠를수록 좋다는 의미인 패스트 페일(fast fail)이 요즘 키워드"라며 "모바일 AR(증강현실) 등에서 다시 사업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작은 벤처에 잘게 나눠 투자하는 마이크로VC(벤처캐피털)가 많아 숨통이 트이고 있다고도 전했다. IT(정보기술) 메카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어느 때보다 조용하지만 활기찬 창업 열풍이 일고 있다. 3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기업은 물론 직원 5명 이하 벤처까지 휩쓸었던 감원 바람이 스타트업이란 새싹을 돋게 하는 자양분이 되고 있는 느낌이다.

복직하지 못한 수많은 엔지니어는 물론 기업에 몸담고 있는 기술자나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가세하고 있다. 일을 마치고 밤에 2~3명씩 벤처 사무실로 다시 출근해 미래를 준비하는 `문라이트 워커`가 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기업이 태어난 요람인 플러그&플레이(벤처 사무공간이 모인 빌딩)도 입주경쟁이 치열했다. 이곳에서 몬스터 게임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접목하는 사업을 키우고 있는 캐머런 씨는 "밤에 공동 창업자들과 합류해 일하며 내년 상반기에 소액 펀딩을 받는 게 1차 목표"라고 말했다. 대학들에선 각종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자생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인들 움직임이 활발하다.

실리콘밸리 한국인 엔지니어 3000여 명이 모여 만든 단체인 K그룹을 최근 맡은 조성문 공동대표(35ㆍ오라클 프로덕트 매니저)는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이 각종 창업 프로그램에 300대1 정도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다"며 "주제별로 교육받다 2~3명씩 자연스럽게 팀이 돼 창업하고 나중에 멘토가 지분을 갖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윤종록 벨연구소 특임연구원(연세대 융합대학원 교수)는 "비즈니스 크리에이션(사업창조)이 중요해지면서 지식창업경제 시대가 됐다"며 "미국 대학들은 좋은 일자리를 찾는 학생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학생을 배출하는 쪽으로 교육 방침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고액 연봉 뿌리치고 2~3명씩 모여 밤마다 창업준비

- "I came from startup" 대기업 출신보다 더 인정
성공적 엑시트 위해 매출낼때까지 창업자 연봉 無

◆실리콘밸리 스타트UP◆

"IPO(기업공개)를 하면 페이스북 시가총액이 115조원에 이른다는 얘기도 있지만, 현재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마운틴뷰에 집 한 채만 있고 돈이 없어 항상 불안해한다고 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 20여 년간 벤처창업 지원 활동을 해온 김종갑 매크로비아파트너스 대표는 "SNS 거품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요즘 밴처캐피털들은 투자할 기업이 수익모델이 있는지를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문화 자체가 한국과 다르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투자한 회사가 매출을 올리기 전까지는 창업자 연봉을 주지 않는 게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는 것. 창업자는 나중에 회사를 키운 뒤 엑시트(지분을 팔아 큰돈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이런 방식이 공정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따라서 투자 금액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사업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창업자는 거지꼴이 될 수도 있다. 일부 한국 벤처 창업가들이 투자를 받아 사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여기선 생겨나기 어렵다. 2주마다 이사회를 열어 철저히 창업자 그룹을 감시한다. 출장 때 창업자가 비즈니스클래스를 이용하는 것도 지적한다. 대신 핵심 업무를 맡은 팀장이 비즈니스클래스를 타면 그냥 넘어가는 문화다. 창업자라도 밴처캐피털에서 투자받는 순간 특정한 소임이 없으면 이사회가 바로 해고하기도 한다.

이처럼 냉혹한 투자문화를 뿌리로 둔 채 실리콘밸리에선 크게 세 가지 붐이 일고 있다. 한 번에 큰돈을 투자하는 대신에 소액을 벤처에 투자하는 마이크로VC(벤처캐피털)가 늘고 있다. 두서너 명씩 모여 아이디어를 상용화하는 공간인 플러그&플레이가 달아오르고 있다. 대학생들이 자생적으로 만드는 창업동아리 프로그램도 많아졌다.

뉴스콥이 운영하는 다우존스 실리콘밸리 지사에서 인터넷사업을 담당하다 그만두고 최근 창업을 모색하는 피터 김씨(44)는 "얼리스테이지(초기단계) 벤처에 투자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3~6개월간 프로그램과 사무공간을 제공해주는 식인데 Y콤비네이터, 파운더스쿱 등에 많은 학생과 엔지니어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팰러앨토에 위치한 스탠퍼드대학 내 창업동아리 파운더스 수프(Founders` soup)를 만든 노범준 씨(34)는 "미국은 공대생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창업 환경을 만들어가는 게 특징"이라며 "대기업들도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하는 인큐베이팅 그룹을 운용할 정도"라고 전했다.

지난 14일 기자가 찾은 실리콘밸리 서니베일에 위치한 플러그&플레이(구글 페이스북 등이 처음 사업을 시작한 창업센터)는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할 만큼만 어두운 조명에 복도엔 커다란 지구본들이 걸려 있었다. 페이스북 본사에 만국기가 걸려 있는 것과 비슷했다.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의지가 읽힌다.

플러그&플레이는 전원만 꽂으면 실행된다는 뜻으로, 창업자를 위한 벤처공간이다. 상대적으로 임차료가 싸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서도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곳에 들어오려면 응모해서 심사받고 선정돼야 한다.

에릭 리 매크로비아파트너스 비즈니스개발 부사장은 "실리콘밸리 창업은 대학, 소기업, 대기업이 어우러진 생태계를 통해서 키워진다"고 강조한다.

대학들은 학과 과정에서부터 논문보다는 아이디어와 특허를 상용화하는 커리큘럼을 만드는 추세다. 실제 비즈니스 특허를 강의에 적용해 팀 단위로 특허권자와 상의해 어떻게 이를 비즈니스로 만들 것인지 고민하고 토의한다. 비즈니스 플랜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성적이 매겨지고 그 자리에는 현지 투자자들은 물론 대기업 신사업 전문가들이 배석해 평가한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방송ㆍ영화ㆍ교육ㆍ유아 관련 동영상을 IPTV 방식으로 전송하는 사업을 하는 앤티비(&TV) 수비야 수브라마니암 이사(49ㆍ인도계 미국인)는 "사업을 샌프란시스코 쪽으로 확대하기 위해 조사를 하고 있다"며 "실리콘밸리는 살아 있거나 죽은 수많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쌓여 있는 기름진 땅"이라고 표현했다.

[새너제이 = 유진평 모바일부장]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