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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전략과 스타일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스포츠를 가장 경영에 잘 활용하고 성공한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삼성"을 꼽고 싶다. 그 누구보다도 스포츠를 통한 마케팅에 앞장섰던 이건희 회장의 선견지명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비인기 종목이든 인기 종목이든, 스포츠의 숭고한 정신을 기업의 아이덴티티와 연결하고 끊임없이 재활용하는건 배워야 할 대목이다.  LG는 왜? , 삼성과 LG를 비교한다는게 이젠 무의미 하지만, 가끔 두 기업을 통해 많은 걸 고민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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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닷컴|황준성 기자] LG전자가 런던올림픽 특수를 노려 높은 몸값의 유명 배우와 걸그룹, 아나운서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며 3D TV광고에 거액을 쓰고 있지만, 정작 올림픽에 출전하는 비인기 종목이나 선수에게는 지원하지 않아 타 그룹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비인기 종목을 적극 후원하는 삼성, 현대차, SK와는 달리 LG그룹은 야구 농구 등 인기 종목에만 투자할 뿐 비인기 종목은 외면하고 있다. 국내 빅4 대기업 중 비인기 종목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곳은 LG그룹이 유일하다.

◆ LG 비인기 종목 외면, 삼성ㆍ현대차ㆍSK 적극투자로 메달밭 만들어

3일 재계에 따르면 육상, 양궁, 핸드볼 등 올림픽 종목에 지원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은 런던에서 한국 선수단을 응원하는 것으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자택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IOC위원)과 가족은 지난달 28일 런던올림픽파크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수영 400m 결승전을 관전하며 박태환을 응원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국내 최대 기업 삼성그룹은 계열사 삼성전자를 통해 마라톤, 경보 등 육상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삼성생명은 레슬링과 탁구, 에스원은 태권도, 삼성전기는 배드민턴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레슬링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관심은 크다. 이건희 회장은 서울사대부고 레슬링 선수 출신으로, 지난 1982년부터 1997년까지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을 맡아 비인기종목인 레슬링을 한국 금메달 밭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1996년 IOC 위원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양궁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여 궁사들이 여자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고 가장 먼저 달려간 곳도, 바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있는 관계자석이었다. 여 궁사들은 금메달을 딴 기쁨을 정의선 부회장과 부둥켜안고 함께 했다.

정의선 부회장의 부친 정몽구 회장은 지난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올라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이후 한국 양궁은 크게 발전했다. 정몽구 회장은 사비를 털어 심장박동수 측정기, 시력테스트기를 구매해 양궁협회에 보내기도 했으며, 계열사 현대모비스(구 현대정공)는 레이저를 활용한 연습용 활을 제작해 선수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또한 1991년 폴란드 세계선수권대회 때 선수들이 물 때문에 고생하자, 스위스에서 비행기로 물을 공수해준 일화는 아직도 선수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정의선 부회장이 정몽구 회장에 이어 대한양궁협회장으로 한국 양궁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런던 로즈 크리켓 가든에서 열린 한국 대 중국의 여자양궁 결승전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왼쪽)과 임동현 선수가 참관해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비인기 종목인 핸드볼 지원에 적극적이다. 핸드볼협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국내 최초 핸드볼 전용 경기장을 만들었으며, 런던을 방문해 핸드볼국가대표팀을 직접 응원하고 선수들을 격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의 계열사 SK텔레콤은 지난 2007년 6월부터 국가대표 수영팀의 박태환 선수를 후원해 올림픽에서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이외에도 SK텔레콤은 2003년부터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아, 우수선수 발굴과 선수들의 기량 향상 등 다양한 후원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런 지원 등으로 이번 올림픽에서 3일 오전(한국시각) 현재, 박태환 선수는 은메달 2개를, 여자 펜싱 개인 사브르에서 김지연 선수가 금메달 1개, 남자 펜싱 개인 플뢰레에서 최병철 선수가 동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달성했다.

4대그룹 외에도 한화그룹은 2002년부터 대한사격연맹의 회장사를 맡아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으며 한진그룹은 탁구와 박태환, 손연재 선수에 대해 후원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핸드볼협회장)은 지난달 18일 `2012 런던올림픽 핸드볼 국가대표 출정식`에 참석해 선수, 코칭 스태프를 격려했다./사진=서울중앙우체국

◆ 비인기 종목 후원 외면 LG, 올림픽 특수 노리다 IOC 제재

선수나 종목을 후원하는 기업은 전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을 중요한 비즈니스 무대로 보고 있다. 올림픽은 월드컵, 엑스포와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자사 브랜드를 전세계에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기업은 상대적으로 대중적 관심을 모으는 인기 종목을 지원해 회사를 다소 쉽게 홍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인기 종목에만 대기업의 지원이 몰리면 비인기 종목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특히 한국에선 양궁, 유도, 태권도, 핸드볼, 사격 등 메달을 딸 수 있는 종목에 대한 인기가 올림픽 기간 동안 급증하지만, 올림픽이 끝나면 그 인기는 금세 사라지는 게 현실이다.

기업의 후원이 없다면 자력으로 경기력을 유지해갈 수 없는 종목도 많다. 이같은 사정을 고려한 국내 일부 기업들은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으며 국내 스포츠가 골고루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뛰어난 성적을 거둔 저변에는 기업들의 후원이 자리하고 있으며, 기업 또한 자사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하지만 국내 4대그룹 가운데 유독 LG그룹만 비인기 종목 육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한 비인기 종목 관계자는 “LG그룹이 지원을 해주면 고맙지만 안 해준다고 구걸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른 대기업과 달리 오직 인기 종목에만 투자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실제 LG그룹은 에어컨 광고모델로 리듬체조 손연재 선수를 쓰고 있을 뿐 경기 단체에 대한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지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 스포츠 지원은 야구와 농구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후원하면 비인기 종목이라 할지라도, 올림픽 등 세계무대에서 높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레슬링과 양궁이 그 예”라면서 “이번 올림픽과 LG는 무관해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기업에 비인기 종목에 대한 투자를 강요할 수 없지만, 이 부분도 사회 지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 사회에 대한 책임으로 볼 수 있다”며 “국내 체육 발전을 위해 더 많은 기업들이 비인기 종목에 대해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LG그룹은 비인기 종목과 선수, 올림픽에 후원을 하지 않지만, LG전자를 통해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LG 시네마3D 스마트TV 생중계’ 관련 광고를 대대적으로 했다. 올림픽 후원 기업이 아님에도 '런던올림픽을 LG 스마트 TV로 즐기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한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통해, 이들 광고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LG전자 측에 전달했고, 이에 LG전자 TV 광고는 일시 중단됐다. LG전자는 문제가 된 부분을 수정한 뒤 지난달 13일 오후 늦게부터 방송 광고를 재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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