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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박사의 품귀라..

수요-공급 관점에서 대체재 여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것 같다.

IS분야는 산업공학이나 전산학등 다른 분야의 자원들이 대체재로서 활약이 가능하니.

마케팅 혹은 전략 분야를 더 강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 그분야는 대체재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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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서 경영학 박사 품귀 현상이 화제다. 과거 해외파 박사 아니면 명함도 못 내밀던 대학 교수 자리에 국내파 경영학 박사들이 속속 안착하는 분위기다. 해외 경영학 박사는 물론 연구 실적을 어느 정도 갖춘 국내파에게도 교수직을 얻을 기회가 많다는 얘기다. 

교수 채용 사이트 ‘교수잡’에는 경영학 교수를 뽑는다는 대학 공고가 매 학기 수십 건에 달한다. 김봉억 교수잡 부장은 “교무처장들에게 매 학기 뽑고 싶어도 못 뽑는 전공 교수가 있느냐고 물으면 가장 먼저 나오는 답이 경영학”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같은 경영학 박사라 해도 세부전공에 따라 상황은 조금씩 다르다. 경영정보(MIS)나 마케팅 분야는 빈자리가 남아 있지만 어느 정도는 충원이 됐다는 게 학계 의견. 노태협 덕성여대 경영학과 교수(경영정보 전공)는 “경영정보학은 국외나 국내나 학문 수준의 차이가 없어 국내 박사라고 차별받지 않았다. 학계에도 카이스트 전산학과 등 국내 대학 출신 교수들이 많다. 이제 어느 정도 국내파 박사들로 학계의 진용이 갖춰진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전략이나 인사·조직은 여전히 박사급 인력이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얘기. 지난해 국내 상위권 대학에서 인사·조직 박사 학위를 취득한 A씨는 수도권과 지방을 아울러 4~5개 대학에서 교수 자리를 제의받았다. 그는 “학교에서 자리를 얻는 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고 연봉, 연구환경, 출퇴근 여부 등을 고려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경영학 세부전공 가운데 가장 인력난이 심한 곳은 재무·회계 분야다. 

전국적으로 올해 1학기 20여개 대학이 회계 담당 경영학 교수를 채용하겠다는 공고를 내걸었다. 한 학과의 세부전공 교수를 이렇게 많이 뽑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회계학 교수의 경우 최근 2~3년 새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올해 1학기 D여대 교수 채용에서 만 48세의 박사가 재무관리 담당 경영학 교수로 채용됐다. 그는 국내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받은 전형적인 국내파다. 증권 관련 연구소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력이 인정됐지만, 국내파가 그것도 50세 가까운 나이의 박사가 정식 교수로 채용된 것은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연세대는 마케팅, 재무, 회계, 경영과학, 매니지먼트 등 총 5개 분야에서 결원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4개 분야에서 채용하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경영과학과 매니지먼트 교수를 충원하는 데 그쳤고 재무와 회계는 마땅한 인물이 없어 채용을 포기했다.   

중앙대 신입생 전원 회계 교육, 그 인원만 수천 명 

국내파 박사들이 교수 채용 시장(박사들은 흔히 ‘잡마켓(job market)’이라 부름)에서 선전하는 이유는 수요공급 원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경영학 교수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회계학 교수들은 경영학의 대중화 사례로 중앙대를 언급한다. 중앙대 신입생은 2009년부터 전공과 관계없이 한 학기 동안 매주 2시간씩 회계 과목을 들어야 한다. ‘어떤 전공의 학생이더라도 최소한 대차대조표 정도는 읽을 줄 알아야 기업에서 일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중앙대를 인수한 두산그룹 박용성 회장이 전공을 살리기 어려운 취업난을 반영해 내린 조치였다. 한 해 수천 명에 달하는 학생이 회계 수업을 들으려면 그만큼 교수 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 회계학 박사들에게는 좋은 소식이었다. 

이는 중앙대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한국외국어대에서 회계학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경영학부생은 14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제 회계나 재무 수업을 신청하는 학생은 1학기에 1000명에 달한다. 비전공 학생들도 어떤 식으로든 경영학과 수업을 받았다는 기록을 남겨둬야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고윤성 한국외국어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회계 전공)는 “경영학을 복수전공하거나 부전공하는 학생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취업난 때문에 경영을 조금이라도 더 배워두려는 학생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영전문대학원도 한몫했다. 2006 ~2007년 정부 정책에 의해 경영학 석사, 이른바 MBA를 배출하기 위해 경영전문대학원 설립이 붐을 이뤘다. 지난해 건국대가 경영대학원을 추가로 신설했다. 이 외에 각종 경제단체나 기업도 MBA스쿨이나 코스 개발에 나서면서 경영학 박사 품귀 현상이 더 심해졌다. 각 경영대학원 원장들은 학회 참석을 이유로 미국에서 장기 체류하며 교수 입도선매 경쟁을 벌이는 일이 다반사다. 평가기관이나 언론에서 경영학과를 중심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추세인 것도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양질의 경영학 교수를 채용하려는 분위기에 영향을 끼쳤다. 

경영학 노(老)교수의 은퇴도 교수 채용 시장에 숨통을 틔우는 요인이다. 국내 경영학 교수 1세대는 1940년대 태어나 1970년대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 사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은 1세대 경영학과 교수들이 정년퇴직했거나 서서히 정년퇴직을 준비하는 시기로 각 대학의 경영학과별로 1~3명씩 결원이 생긴 셈”이라고 밝혔다. 

김봉억 교수잡 부장은 “로스쿨이 생기면서 우수한 학생들이 법대가 아닌 경영대로 가게 된 영향도 있다. 경영학을 전공하면 취업이 잘되고 로스쿨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경영학 수요를 늘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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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교육과학기술부 / *자료: 한국연구재단

해외 경영학 박사 한 해 30명에 불과 

빈 교수 자리가 많아진 반면 공급은 원활하지 않다. 요즘 대학가에서는 “해외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아오면 교수직을 얻을 확률이 100%다. 어느 수준의 학교를 가느냐의 문제일 뿐”이라는 얘기가 돈다. 그도 그럴 것이 해외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아온 사람의 숫자가 현격히 줄었다. 경영학 박사 학위 소지자가 1990년대에는 50~60명대였으나 2000년 들어 30명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미국 유학생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일대 전환점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과 1997년 외환위기였다.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하자 미국 대학들은 한국 학생에게 부여하던 입학에서의 특혜를 줄였고 이는 유학생이 줄어드는 결과로 나타났다. 여기에 외환위기로 원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달러 학비를 마련하기 어려워지자 역시 유학에 오르는 학생이 줄었다. 이렇게 약 5년간 박사 지원자가 급감하자, 이때 입학했다면 학위를 받았을 2004~2006년 무렵 해외 박사 취득자가 20~30명대로 줄었다. 심지어 2004년엔 23명밖에 해외 경영학 박사 타이틀을 달지 못했다(한국연구재단 자료 기준).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도 많지 않은데 이들 중 국내로 돌아오지 않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으면 미국에서 교수로 채용되기도 쉽고 연봉도 한국보다 월등히 많다. 미국 중부의 한 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전략 전공)를 취득할 예정인 학생의 얘기다. 

“앞으로 사정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만 놓고 본다면 취업은 100%다. 어떤 조건으로 가느냐의 문제만 남았다. 지난해와 올해 교수직을 얻은 사례를 보면 연봉 기준으로 따졌을 경우 가장 좋지 않은 자리를 얻었다는 선배가 연봉 8만달러(9164만원)에 주립대에 들어갔다. 잘된 경우는 연봉 15만달러(1억7182만원)였고 연봉 10만달러는 보통이다. 이러니 한국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는 셈이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현지 주립대에서 교수 자리를 얻은 H교수(회계 전공)는 “서둘러 한국으로 갈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요즘 금융가가 많이 위축되긴 했지만 회계나 재무로 박사를 받으면 높은 연봉으로 금융사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또 교수로 있어도 미국이 한국보다 낫다. 미국은 보통 4년 계약을 해 이때까지는 연구 성과가 좀 적어도 버틸 수 있다. 여기에 2~3년 정도 연장해 6~7년을 보낸 뒤 한국으로 돌아갈지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해외 대학에서 근무하면 가산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자리를 잡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경영학 박사가 부족한 실정이라(박스 기사 참조) 더더욱 한국으로 올 이유는 없다는 게 H교수의 설명이다. 

해외파들이 국내로 눈길을 돌리지 않다 보니 국내 대학들은 자연스럽게 국내파들에게 교수 자리 ‘오퍼(offer)’를 내고 있다. 김정원 강원대 경영학과장은 “서울 주요 대학에 경영전문대학원이 생기면서 세부전공별로 3~4명이던 교수진을 10명 이상 늘렸다. 그 결과 연구 실적이 좋은 지방대 교수들이 서울로 올라갔다. 법학대학원이 설립됐을 때 법대 교수들이 부족했던 것과 비슷하다. 지금 같아선 연구 실적이 좀 있는 국내파 박사라면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김종기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이나 인도도 경영학 박사가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부산대는 교수 채용이 원활하지 않아 경영학 복수전공과 부전공자 인원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을 쓰고 있다. 

한 서울 사립대 경영대학원장은 “솔직히 옛날에는 국내 대학 출신 박사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해서는 필요 인원을 메울 수가 없다”고 밝혔다. 

국내파 등용 추세를 반영하듯, 미국 박사는 줄어든 반면 국내파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를 보면 2000년 241명이었던 국내 경영학 박사 취득자는 올해 836명으로 늘어났다. 해외파의 빈자리를 국내파가 메워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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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문대학원 설립이 줄을 이으며 경영학 교수 수요가 많아졌다. 사진은 경영대학원 강의 모습.

지금 국내 박사 도전? 탄탄한 연구 실적 필수 

지금 경영학 박사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학계에서는 회계와 재무 분야는 지방대는 물론 수도권 대학에도 자리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그러나 다른 세부전공은 끝물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올해만 800명 이상 박사가 배출됐고, 앞으로 박사 학위 취득자 수가 점점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파라고 다 같은 국내파로 규정지을 수 없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만하다. 가능하면 국내에서도 상위권 대학에서 학위를 받아야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연구 실적. 얼마나 좋은 논문을 쓰고 유명한 저널에 발표했느냐가 임용의 첫 번째 기준이기 때문이다. 

“학계에서 부족하다고 하는 회계학 박사도 따지고 보면 없는 건 아니다. 현재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만 해도 80명의 학생이 막바지 학위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200명의 회계학 박사 예정자가 있다. 박사가 된다 하더라도 연구 실적에 따른 경쟁은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교수는 연구하는 자리인 만큼 좋은 연구 실적이 기본이 돼야 하는 건 당연한 얘기다.” 

덧붙여 국내파들은 영어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대는 마케팅 과목 수요가 커져 5명의 전공교수가 필요했지만 현재 3명밖에 없다. 지난해와 올해 채용에서 적절한 사람을 뽑는 데 실패했다. 해외에서 공부한 박사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었고 국내에서 학위를 취득한 지원자는 본부의 영어면접 심사에서 전부 떨어졌다. 김종기 교수는 “신임 교수는 영어 강의를 한 강좌 이상씩 의무적으로 하기 때문에 영어면접이 필수”라며 “학위 꼬리표가 해외냐 국내냐의 문제가 아니라 영어로 강의할 실력을 갖췄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도 경영학 교수 구인난 심각
경영대학원 늘었는데 박사 공급은 줄어
 

경영학 박사 부족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구직난이 계속되고 있지만 경영대학원에서는 교수 구인난이 심각하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적이다.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에 따르면 아시아와 남미, 동유럽 지역에 경영대학원 수천 개가 신설돼 전 세계적으로 경영대학원 수가 1만4000개 수준으로 늘었다. 반면 연간 배출되는 경영학 박사는 약 2000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미국 학교 출신이다. 미국 대학들이 재정난으로 박사과정 정원을 줄여 인력 공급이 줄었다. 미국과 서유럽의 유명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는 자격을 갖춘 교수를 영입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회계와 재무 분야에서 인력난이 심하다. 

교수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학교는 초빙교수나 파트타임 교수를 채용하거나 박사 학위가 없는 경영인에게 야간 강의를 맡기는 상황도 벌어진다. 또 교수들이 대학원과 계약을 하고도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나타나면 개강 직전에 계약을 철회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전하고 있다. 

AACSB는 심각한 교수 구인난이 경영대학원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존 페르난데스 AACSB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전문 분야의) 연구에 매달리는 교수가 부족한 경영대학원은 직업학교와 다를 바 없다”면서 “현재 이런 처지에 놓인 학교가 너무 많다”고 밝혔다. 일부에선 수업당 수강학생 수를 늘리고 온라인 강의를 활용하는 등의 대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명순영 기자, 노승욱 기자, 임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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