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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소득 423만원' 50대 부장, 아무리 벌어도…

[머니위크]은퇴자 75% "노후준비 전무", 베이비부머 은퇴준비 현황은

머니위크 문혜원 기자|2012.01.23 09:48

#1. 입사한 지 3년차인 A주임은 매달 월급에서 퇴직금 명목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너무 아깝다. 20년 후의 일을 미리부터 준비하는 게 영 마뜩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나이가 좀 더 들면 그때가서 준비해도 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2. 대기업에 다니는 한 50대 초반의 B부장은 고민에 빠졌다. 아이들 교육시키고, 아파트 대출이자를 갚아나가다 보니 어느덧 은퇴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이리저리 치이며 눈 코 뜰 새 없이 살아왔지만 은퇴를 위한 준비가 넉넉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들 결혼과 아직 대학에 다니는 막내의 학자금만으로도 빠듯하다. B부장은 은퇴 후 재취업이라도 해야 하나 막연한 불안감에 빠졌다.



20대, 30대 직장인에게 은퇴는 아직 까마득하다. 젊은 직장인들이 은퇴를 준비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입사 초기 은퇴 준비에 소홀히 하다보니 눈을 들어보면 은퇴시기다. 

이렇다 보니 직장 연차가 쌓일 수록 B부장과 같은 고민에 빠지는 중년들이 많다. 특히 1955~1963년에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는 은퇴 준비가 코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약 712만명의 베이비부머 가운데 1955년 출생자들은 55세 정년을 맞아 은퇴를 시작했다. 앞으로 14.6%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들이 10년에 걸쳐 잇따라 은퇴하게 된다. 이들의 은퇴 준비는 어느 정도일까? 

◇ 준비 현황은?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의 '은퇴자의 은퇴준비 과정 및 생활실태 분석' 조사에 따르면, 현재 직장인이 포함된 우리나라의 은퇴자 75%가 은퇴 전까지 노후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 은퇴자의 61%가 은퇴준비부족으로 현재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대부분 은퇴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은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은퇴자가 대다수인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는 이런 우려가 현실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23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인 363만원보다 16%이상 많다. 하지만 소비가 전체 평균보다 많다. 베이비부머 가구의 월평균 소비액은 290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인 228만원보다 27%이상 많다. 월 53만원(월 생활비의 약 17%)의 자녀 사교육비와 40만원(월 생활비의 14%)의 대학생자녀 사교육비 등 교육비 지출이 그 원인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에게는 부채도 전체평균보다 높다. 지난해 통계청의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부머가 속한 연령층인 40대와 50대에 가계 부채가 전체 가구에 비해 각각 25.4%와 37.8% 많은 부채를 안고 있다. 빚을 내서 집을 사다보니 초래한 결과다. 이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자산에서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81.3%로 금융자산 비중(18.7%)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이렇게 생활비와 부채로 은퇴준비에는 취약하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이 올해 발간한 은퇴백서 '뷰포인트'에 따르면 2009년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 가계의 은퇴소득대체율은 42%로, 지난 2006년의 41%에서 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실질적인 은퇴준비가 늦춰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은퇴소득대체율(Retirement Income Replacement Ratio)은 은퇴 이후 실제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간 소득이 은퇴 직전 연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또 연령계층별 은퇴준비지수를 살펴보면 20대의 은퇴준비가 가장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06년 대비 50대의 은퇴 준비 정도는 큰 폭으로 개선됐다.

직업별로는 전문, 관리, 기술직 봉급생활자의 은퇴 준비가 가장 착실하게 실천되고 있었다. 반면 서비스직과 생산직은 은퇴준비에 취약한 직업군으로 조사됐다. 특히 판매직 근로자의 경우, 은퇴자금충분도가 가장 낮아 전략적인 은퇴준비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은퇴 준비는 어떻게? 

은퇴 이후 자금은 얼마가 필요할까? 10억? 20억? 전문가들은 너무 과하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적당한 예산을 잡을 것을 주문한다. 너무 과하게 잡아 미리 포기할 바에야 적당한 금액을 차근차근 모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은퇴 예산을 잡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순자산을 파악해야 한다. 

<내 통장 사용설명서>의 저자 이천 희망재무설계 대표는 "젊은 시기에는 은퇴 준비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나이 들어도 할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생활비, 교육비등으로 지출항목이 늘어나 결국 아무런 준비없이 은퇴를 맞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젊은 시기부터 은퇴예산을 과도하게 잡을 필요는 없지만 소량이라도 조금씩 은퇴 자금을 준비해 놓으면 좀 더 여유있게 자금을 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18세 이상 60세 이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민연금에 자동 가입된다. 최근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국민연금만큼 자금을 많이 모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한다. 국가가 책임을 지고 운영하기 때문에 그만큼 안정된 노후 재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사회적 최저수준만을 보장하기 때문에 보다 풍요로운 노후를 위해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은 연금고갈 방지를 위해 최근 비중을 축소해 2028년에는 40%에 불과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12월 퇴직연금이 도입됐으나 일시에 퇴직금 수령을 원해 도입이 늦어지게 됐다. 

퇴직연금은 은행, 보험사, 증권사에서 상품을 비교하며 선택 가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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