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적 중심!!! 비전중심!!!
------------
임금보다 비전… 장래 안보이니 답답”
[동아일보 2006-12-19 03:55]    

[동아일보]
《사표를 냈다. 부서장은 별로 말리지 않았다. “의욕이 없더니만 역시…”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평소 이런저런 푸념을 잘 들어주던 1년 선배는 섭섭해 했다. 은행에 입사한 지 5년이 됐지만 배정된 업무에 만족하지 못한 정모(33) 씨. 이달 초 “비전이 없다”며 회사를 그만뒀다. 그는 “잡무 때문에 장래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전문 자격증을 따서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고 했다. 2006년 한국의 샐러리맨들은 직장생활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길까. 돈? 아니다. 비전이다. 하지만 많은 샐러리맨은 직장에서 비전이 사라지고 있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이 18일 내놓은 ‘대한민국 직장인 행복점수’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의 행복점수(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49.7점에 그쳤다. 보고서는 LG경제연구원이 한국갤럽과 공동으로 11월 29일∼12월 6일 서울 경기 및 6대 광역시 직장인 556명을 대상으로 e메일 및 면접 설문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했다.》
○ 인간관계 만족도가 가장 높아
보고서에 따르면 샐러리맨들이 직장생활에서 중시하는 것은 △비전 △업무 △휴식 △인간관계 △보상의 순서였다.
항목별 만족도를 평가한 행복점수는 △인간관계(56.6점) △업무(50.2점) △보상(49.5점) △비전(47.9점) △휴식(44.2점)의 순서로 나왔다.
직장생활에서 첫손가락으로 꼽는 비전 행복점수가 끝에서 두 번째로 낮은 반면 중요도가 최하위인 보상 만족도는 중간 수준이었다.
인간관계는 56.6점으로 전체 평균 행복점수(49.7점)보다 7점 가까이 높았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동료에게서 활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인하대 박기찬(경영학) 교수는 “경기 위축으로 실업의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이런저런 불로소득을 얻는 계층이 늘어나 직장인들이 비전을 갖고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 재충전 위한 휴식 필요
비전 등 5가지 항목 가운데 행복점수가 가장 낮은 항목은 휴식(44.2점)이었다.
잘 쉬지 못한다는 뜻이다.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쉴 기회를 반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문에선 ‘성과를 높이라’는 무언(無言)의 압력을 상사에게서 받아 마음 편히 쉴 수 없다는 답변이 많았다.
호텔에 근무하는 양모(32) 씨의 경우도 비슷했다. 양 씨는 일에 치여 지내다가 임신 8주 만에 둘째 아기를 유산했다.
최근 호텔이 개·보수작업을 시작하면서 기본업무 외에 작업 현황을 일일이 체크하는 가욋일이 생겼던 것. 보통 오후 9시가 넘어 퇴근했고 하루 종일 서 있는 날이 다반사였다. 유산 직후 호텔 측이 업무를 줄여 줬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직장생활의 버팀목인 인간관계도 일을 서로 미루다가 금이 갈 수 있다.
홍보팀에서 일하던 이모(33) 씨는 올해 초 회사에서 홍보와 관련 없는 각종 회의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일을 분담하려 하자 “업무를 떠넘기려 한다”는 뒷말이 나왔다. 이 씨는 최근 직급을 낮춰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인사관리학회 심원술 회장은 “인사평가에서 개인 중심의 단기 성과를 중시하다 보니 팀워크가 깨질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 행복은 소득 순이 아니다
소득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건 아니었다.
월평균 소득 500만 원대까지는 소득이 늘수록 행복점수도 높아졌지만 600만 원대부터는 점수가 다시 낮아졌다. 돈 이외에 비전 인간관계 등 다른 변수에 따라 직장생활의 만족도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직급별로는 실무 책임을 맡는 과장이 특히 잘 쉬지 못하는 직급으로 분류됐다. 이들의 휴식 행복점수는 42.1점으로 임원(50.9점)에 비해 10점 가까이 낮았다.
남성보다 여성의 행복점수가 6점 정도 낮았는데 이는 직장 내에서 성적(性的) 차별을 받는다고 여기는 여성 직장인이 일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행복하면 일도 잘한다
행복점수와 업무성취도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행복할수록 일을 잘할 가능성이 높다.
행복점수가 상위 25%에 속하는 사람 2명 중 1명꼴은 올해 본인의 성과가 좋았을 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부서도 당초 목표를 달성했다고 답했다.
반면에 하위 25%에 속하는 사람 중 본인의 성과가 좋았다고 말한 사람은 28%, 부서 목표를 달성했다고 한 사람은 16%에 불과했다.
직장생활이 행복하지 않아 이직(移職)을 고려하는 직장인은 전체 응답자의 43.7%를 차지했다.
특히 취직한 지 얼마 안 되는 20대 사원급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다른 직장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 초년생들이 직장에서 얻는 실망감이 커지면서 경제 전체가 활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은 직장인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경영진이 회사의 비전을 직원과 공유하는 창구를 마련하고 △멘터링(후견인) 제도를 활성화해 고참 직원이 신입 사원의 성장을 돕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이 핵심 업무에 집중하도록 가욋일을 외부 회사에 맡기거나 원하는 시간대에 일하는 탄력업무시간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조범상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다양한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일과 휴식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면 업무집중도가 높아져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