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52ㆍ사진) 변화경영연구소 소장은 한류를 바탕으로 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경쟁력을 추구하자고 주장한다. 소위 ‘코리아니티(Coreanity) 경영’이다.
구 소장은 “코리아니티란 ‘한국성’(韓國性) 혹은 한국인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유전자(DNA)”라고 정의한다. 이는 다수의 한국인이 공유한 문화적 동질성, 일상적 취향, 가치체계와 공유의식, 일반 정서 등 한국적인 것의 총체다. 그는 “한국인이 가진 문화적 차별성을 브랜드화하여 문화적 프리미엄을 얻어내는 것이 코리아니티 경영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세계화가 대세인 시점에서 ‘한국적인 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구 소장은 외환위기 이후의 세월을 ‘잃어버린 8년’이라고 진단하면서 “한국이 (정체에서 벗어나) 지속적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려면 선진국을 따라가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며 “이제 ‘추격’은 포기하고 ‘한국적 리더십’을 개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리아니티 경영의 성공 사례로 지난달 29일 타개한 백남준씨를 거론했다. 백남준씨는 서구 문명에 때묻지 않는 한국적 순수성을 간직한 채로 국제적 예술 세계에 뛰어들어, 서구인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테크놀러지의 예술성과 조우하고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했다. 비디오 아트를 전개해 가는 과정에서도 ‘거북선’ ‘한국의 방’ ‘종로구’ ‘눈먼 부처’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한국적인 상상력을 아낌없이 펼쳐보였다.
이렇게 ‘한국적인 것을 보편화’하고 ‘세계적 보편성을 한국화’하는 통합 전략을 통해 자신만의 특화된 차별성을 일궈낸 것이 백남준의 성공 비결이라는 얘기다. 구 소장은 “미국 제품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독일제 상품에서는 ‘견고함’을, 일제에서는 ‘정교하고 섬세함’을 발견할 수 있듯이 한국 상품에서도 뭔가 한국적인 것이 발견되어야 하는데 그런 ‘문화적 브랜드’가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오늘날 한류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던져주는 이유는 ‘발전된 한류가 세계인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적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구 소장은 1980년부터 20여년간 한국IBM에서 근무하면서 미국의 말콤 볼드리지(Malcolm Baldrige) 국가품질경영 모델을 IBM 아시아태평양 지사에 적용하는 국제 심사관으로 활동한 경영이론가다. 1992년에는 한국능률협회의 제1회 ‘경영혁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