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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로부터 최근 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손을 사용하지 않고 우산을 쓸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 개발자가 '킥스타터'를 통해 투자금을 모으고 있다"는 기사가 나간 후였는데요. 독자분의 질문은 "킥스타터에 연락하고 싶은데, 전화번호를 모르니 가르쳐달라"였습니다. 

 

참신한 아이디어 상품을 소개하는 기사에 종종 '킥스타터'란 말이 등장합니다. 낯선 단어지요. 초콜릿 이름 같기도, 운동 규칙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킥스타터가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선 새롭게 떠오른 창업의 기회로 여겨집니다.

 

킥스타터는 어떤 기업이나 개인은 아닙니다. 오히려 개인을 기업으로 키워주는 일종의 '벤처 요람'이라 보는게 어울리네요. "기꺼이 참신한 아이디어에 투자할 준비가 된 익명의 대중"을 "아이디어는 있는데 돈이 없는 개발자"와 연결해주는 소셜 클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바로 킥스타터입니다.

 

2000년대 초반, 한국 사회엔 IT 벤처 열풍이 불었습니다. 인터넷을 기회의 땅으로 여긴 젊은이들이 우후죽순 벤처를 만들었지요. 대부분은 실패했습니다. 그들이 다시 창업에 재도전하는 경우는 드물었어요.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벤처에 거액을 쏟아붓기 꺼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로부터 10년 후. 모바일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우리 정부는 '창조경제'를 기치로 내걸고 있지요. 그런데 젊은이들이 창업을 하긴 어렵습니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적당한 투자처를 물색하기 어려워서지요. 한 모바일 게임 업체 대표는 "우후죽순 모바일 게임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투자자들은 경쟁해서 살아남은 곳에만 돈을 쓰려 한다"고 말하더군요. 마치 "대머리 독수리" 처럼요.

 

▲ 킥스타터 홈페이지


킥스타터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사람들이 홈페이지에 올라온 '아이디어' 하나에 투자를 합니다. 투자는 최소 1달러부터 시작됩니다. 우리 돈으로 1천100원인데요. "저 아이디어가 상품으로 만들어져 나오면 살 만한 가치가 있겠다"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선뜻 기부금으로 내놓습니다. 

 

아, 투자자들이 킥스타터를 통해 생겨난 프로젝트의 지분을 가져가지는 못합니다. 창작자가 지분을 모두 가져가는 대신, 투자자들엔 그만큼의 보상을 하는 것이 킥스타터의 관례입니다. 예컨대 킥스타터로 모금해 완성한 영화엔, 투자자들이 시사회에 참석할 수 있거나 상품을 먼저 구입할 기회를 갖는 것 등이 예가 됩니다. 적은 금액을 투자해 특별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큰 보상이 될 수 있겠네요.

 

좋은 일만 하는 것같은 킥스타터는, 사실은 영리회사입니다. 돈을 한 푼도 받지 않는 것은 아니지요. 킥스타터를 통해 목표한 금액을 모금하는데 성공할 경우, 전체 금액의 5%를 수수료로 떼어갑니다. 킥스타터가 창업자와 투자자를 잘 연결하도록 유지되는 것은 이같은 영리 사업이 바탕이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킥스타터를 통해 만들어지는 상품도 가지각색입니다. IT 기기나 게임은 물론, 영화, 음악, 디자인 등 기술과 예술을 망라합니다. 프로젝트 규모가 모두 다르니 모금 액수도 천차만별일 수밖에요. 지난 2009년 킥스타터가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450만명 이상이 7억200만달러(7천869억원)를 모금해 4만5천개의 프로젝트를 성사시켰습니다. 지금도 수천개의 프로젝트가 새로운 투자자를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킥스타터 홈페이지(www.kickstarter.com)에 들어가보면 아시겠지만, 외신들은 이 낯선 플랫폼을 극찬합니다. 롤링스톤즈는 "킥스타터는 미래에 투자한다"고 설명했고 뉴욕타임즈는 "선구적인(Pioneering)" 시스템이라 평했습니다. CNN은 아예 "패러다임의 변화(paradigm shifting)"라고 선언하네요.

 

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제가 답 메일을 못 드린 독자분께 사과의 말을 전하며 대신 이 기사를 보냅니다. 킥스타터는 열려 있는 홈페이지입니다. 원하시는 아이디어가 있거든 투자하세요. 그리고 혹시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거든 투자금을 모아보십시오. 혹시 압니까. 글로벌 투자자들이 당신의 아이디어에 기꺼이 주머니를 열지요. 당신의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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